"어휴, 1년이면 거의 100억원 매출을 포기하는 셈인데…."
이랜드가 국내 첫 글로벌 SPA(생산과 소매 유통 겸업) 브랜드를 표방하며 지난달 출시한 스파오의 관계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서울의 금싸라기 상권인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인 1,000평대 단독 매장을 열었지만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명동 밀리오레 뒤편 충무로1가는 명동에서도 글로벌 SPA 패션 브랜드의 격전장으로 꼽힌다. 미국 브랜드 갭을 필두로 스페인의 망고, 한국형 SPA를 지향하는 코데즈컴바인, 일본의 유니클로, 이랜드의 스파오까지 일렬횡대로 늘어서 있다. 보기만 해도 불꽃이 튀는 이 거리에서 가장 매출 경쟁이 뜨거운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주일이니까.
이랜드는 티니위니 로엠 후아유 등 자사의 타 브랜드도 백화점을 제외한 가두 직영점은 일요일 휴업한다. 스파오의 경우 글로벌 SPA를 추격하기 위해 일요 영업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고위층이 불허했다고 한다.
기독교 정신이 이랜드의 구성원 결속과 급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국내 패션 업계서는 꽤 유명한 이야기다. 창업자인 박성수 회장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창업 초기에는 직원들도 반의무적으로 매주 월요일 오전 찬양과 예배에 참석하게 했다. 기업이 확장되면서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던 풍토는 많이 완화됐지만 아직도 매주 월요일이면 회사 로비에서 예배가 이뤄진다.
국내 패션 기업 중 기독교 정신을 강조하는 회사로는 이랜드 말고도 ㈜신원이 있다. 신원은 10월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파렌하이트의 서울패션위크 데뷔 컬렉션에서 기도로 축사를 대신하는, 세계 어느 컬렉션에서도 보기 힘든 진풍경을 연출해 빈축을 샀지만 일요 영업은 하고 있다. 직영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패션 유통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일요 휴업으로 이랜드 스파오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일요일마다 2억원 가량, 연간 100억원대에 육박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종교적 다양성을 포용해야 하는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주일 휴업에 대해 조금은 유연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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