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아이폰을 척 꺼내 들며 말했다. "이건 휴대폰이 아니야, 이 매혹적인 촉감과 스타일, 이건 패션이라니까."
지난달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에 열광하는 건 얼리어답터(신제품을 가장 먼저 사용하는 사람) 모바일족만이 아니다. 출시 열흘 만에 10만대가 판매된 이 제품이 내년 상반기까지 95만대가 팔려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패션 업계의 아이폰 사랑도 뜨거워지고 있다. 디자인과 스타일에 열광하는 아이폰 유저들의 특성을 겨냥, 패션쇼의 매혹적인 동영상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증대를 위해 다양한 상품 및 이벤트 정보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캐주얼 브랜드는 물론,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패션 업체들의 아이폰 마케팅은 무료 애플리케이션 출시를 통해 이뤄진다. 애플리케이션은 일종의 실행 프로그램으로 아이폰의 인터넷 사이트인 아이튠즈 앱스토어 (http://itunes.com/apps 또는 http://www.apple.com/kr/itunes)를 통해 다운로드 받도록 돼 있다.
스포츠웨어브랜드 반스는 17일 아이폰 출시에 맞춰 반스의 아이폰 전용 애플리케이션 아이반스뷰어(iVans Viewer)를 무료 서비스한다고 밝혔다. 아이반스뷰어는 반스의 브랜드 및 신제품 정보, 전국에 있는 반스 매장 정보, 반스 제품을 이용한 다양한 코디네이션 팁, 게임 등을 담고 있다.
반스의 공식 수입 판매원인 ABC마트 장문영 팀장은 "아이폰의 주 고객이 20, 30대 젊은 층이라 반스의 주요 소비자층과 겹친다"며 "트렌드를 한발 앞서가는 브랜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아이폰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 역시 아디다스어반아트가이드(Adidas Urban Art Guide)라는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다. 젊고 실험적인 문화 예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각광받고 있는 독일 베를린의 거리 예술을 구경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매력이다. 건물의 벽화와 전철이나 지하도의 낙서, 베를린 장벽의 그래피티 등 이 도시의 예술적 분위기에 푹 빠질 수 있다. 여행객을 위해 관련 지명 정보 등도 제공하고 있다.
미국 하이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도 아이폰 유저를 위한 무료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휴고보스(HUGO BOSS)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면 보스블랙 보스오렌지의 패션쇼 중요 장면과 비디오, 백 스테이지 모습 등을 모두 아이폰으로 살펴볼 수 있다. 또 새로운 트렌드와 스타일링 아이디어, 매장 정보와 이벤트 소식도 들어 있다.
랄프로렌은 랄프로렌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랄프로렌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영상, 제품 확대 사진과 설명, 랄프 로렌이 그의 부인을 위해 만들었다는 리키백의 360도 회전 영상, 컬렉션 백 스테이지에서 일어난 일들과 기념 행사 영상 등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구찌는 구찌앱(GUCCI App)이라는 이름의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샤넬(CHANEL)은 브랜드명을 그대로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상품 및 컬렉션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들의 아이폰 구애는 현재는 물론, 미래의 주요 고객인 젊은 소비자들이 갈수록 첨단 IT 기기를 통한 즐거움을 얻는 데 익숙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더구나 아이폰처럼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의 경우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접속을 통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다양한 상품 정보와 동영상 등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랄프로렌이 11일 대학생을 겨냥한 브랜드 럭비의 패션쇼를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개최한 이유도 같은 맥락. 뉴욕의 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제작된 패션쇼 동영상은 무려 4,000만건의 조회 횟수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패션쇼장의 수용 인원이 많아야 수백 명을 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노출 효과를 거둔 셈이다.
휴고보스 홍보 관계자는 "아이폰 유저의 경우 동영상과 게임 등 컨텐츠 활용에 적극적인 것이 특징이어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마케팅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미래의 고객을 창출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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