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유명 탤런트 등이 포함된 정신수련원 원생들이 운영권을 빼앗기 위해 원장을 살해하려 하고, 원생들끼리 환각상태에서 집단 성관계를 갖게 하는 식으로 세력을 불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17일 정신수련단체인 H수련원 원생 정모(53)씨 부부 등 71명을 살인 미수와 향정신성의약품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역 수련원생이었던 정씨 부부는 H수련원 본원 격으로 재정이 탄탄한 광주교육원을 장악하기 위해 2006년 봄 다른 부부 두 쌍과 함께 광주로 이주했다. 이후 정씨 등은 교육원장 이모(55ㆍ여)씨에게 청산가리를 탄 음식을 건네거나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등 최근까지 23차례에 걸쳐 살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원생들이 수련에 앞서 내놓은 헌금 1,500만원을 훔치는 등 모두 18억5,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 등은 원생들에게 환각증세를 일으키는 최면유도제 '졸피뎀'을 음료수에 타서 먹인 뒤 성관계를 갖게 하고 이 장면을 촬영해 "말을 듣지 않으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이런 식으로 원장 살해 기도에 끌어들인 원생은 22명으로, 의사와 교사, 공무원, 탤런트 A(35)씨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정씨 등의 협박에 넘어간 원생 60여명 중 상당수는 졸피뎀과 '그룹 섹스'에 빠져들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수십 차례 집단 성관계를 가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이 사용한 졸피뎀은 의사인 원생 2명이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 7곳에 지역수련원 둔 H수련원은 회원 수가 3,000여명에 달하는 등 이른바 '돈이 되는' 수련원으로 알려지면서 정씨 등이 운영권을 노리고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