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바르셀로나는 2008~09 시즌 트레블(UEFA 챔피언스리그, 프리메라리가, 스페인 국왕컵)을 달성한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가 유력시 되는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티에리 앙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등 거물급 스타들이 모인 바르셀로나는 그야말로 판타지 팀이다.
바르셀로나와 아틀란테간 FIFA 클럽 월드컵 4강전이 열린 17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4만955명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세계축구 별들의 아름다운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기뻤다. 게다가 10년 만에 태극마크를 노리고 있는 공격수 노병준(30ㆍ포항)과 나란히 앉아 바르셀로나전을 관전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까지 얻은 까닭에 기자는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가 3-1로 승리,에스투디안테(아르헨티나)와 20일 패권을 다투게 됐다.
▲노병준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이니에스타
1-1로 전반이 끝난 뒤 본부석 왼편 골대 뒤쪽 상단으로 가보니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을 비롯한 낯익은 포항 선수단을 볼 수 있었다. 기자와 친분이 있는 노병준과 조금 위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병준은 "유로 2000 당시 네덜란드에서 직접 관전한 본선 3경기 이후 이 같은 빅매치를 보는 건 처음"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선수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라고 밝힌 그는 "메시보다는 측면 공격수로 수준급 기량을 갖춘 이니에스타의 플레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털어놓았다.
▲메시의 발기술에 혀를 내두르다
후반 8분 노병준은 모든 관중이 메시를 연호하자 "드디어 나오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로 야야 투레를 대신해 메시가 교체 투입된 것. 노병준은 "메시가 잘 한다고 하는데 경기 장면을 많이 보지 않아서인지 무엇이 특별한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메시가 투입된 지 2분 만에 골키퍼까지 제치는 완벽한 발재간으로 골을 성공시키자 그는 "역시 다르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시가 왼발잡이임에도 오른쪽에서 주로 플레이를 한다고 말하자 노병준은 "나도 오른발잡이지만 왼쪽에서 하는 게 편하다.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한번 접었을 때 보다 위협적인 득점찬스가 온다"고 답해 궁금증을 풀어줬다.
노병준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볼 컨트롤에 포커스를 맞췄다. 볼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볼 터치를 어떤 방향으로 하느냐가 수비수를 따돌리는 고도의 기술"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볼 컨트롤이 너무나 유연하다. 에스투디안테는 투박한 느낌이었는데 바르셀로나는 남미의 부드러움과 유럽의 정교한 패스워크가 완벽히 접목된 것 같다"고 평했다.
▲비디오게임 같은 바르셀로나는 모두 빛났다
이니에스타가 후반 22분 수비수 3명을 제치고 오른 측면에서 크로스한 것을 페드로가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하며 3번째 골을 터트렸다. 그러자 노병준은 "위닝(축구비디오게임)이네"며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는 "측면에서 이니에스타가 한 템포를 늦추며 패스하니 수비수가 꼼짝 못하게 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후반 막판 이브라히모비치가 상대 진영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를 놀리는 듯한 화려한 발기술로 쇼맨십을 선보이자 노병준은 "파리아스 감독이 제일 싫어하는 플레이"라고 귀띔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노병준에게 최고로 빛났던 선수에 대해 물었다. 그는 "특별히 누가 돋보였다고 할 수 없다. 모두가 조화를 이뤄 완벽한 조직력과 팀플레이를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부다비=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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