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미래권력'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방한 이틀째인 17일 만난 한국의 주요 인사 면면은 화려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시작으로 김형오 국회의장, 정운찬 총리,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정계 관계 재계를 대표하는 인사가 모두 그를 만났다. 차기 주석이 유력한 시 부주석은 지도자 수업의 일환으로 방한했고, 한국은 향후 한중관계를 고려해 그를 특급 대우했다.
시 부주석은 이 대통령과의 조찬으로 이날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참석차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나기 직전 짬을 냈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이 아닌 인사와 조찬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시간15분 동안의 조찬에서는 북핵과 기후변화 문제 등이 이야기됐다. 이 대통령은 시 부주석에게 "과거와는 다른 진지한 자세로 북한과 대화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북한도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은 "선진국들이 더 과감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신흥국의 주장은 당연하다"고 밝혔고, 시 부주석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세계적 노력에는 적극 참여하겠지만 인위적 강제적 경제성장 제한은 곤란하다"고 화답했다.
시 부주석은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을 예방해 여야 지도부와 면담한 뒤 경제4단체장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했다.
오후에는 정운찬 총리와 회담을 갖고 만찬도 함께 했다. 정 총리는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원래 한국 국민이라는 점을 감안해 중국 측이 관례대로 소재 확인과 조기 송환 등에서 각별히 배려해달라"라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또 동북공정을 거론하며 "역사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므로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영향받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이에 대해 "2004년 맺은 (한중 정부의) 양해 사항에 따라 정치 문제와 역사연구 문제를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다. 이 문제가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해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6일 밤 시 부주석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하자 한국의 국빈급 예우가 시작됐다. 공항에서는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류우익 주중대사가 그를 영접했다. 시 부주석에 대한 의전은 외교통상부 의전실이 맡고, 경호는 청와대에서 담당하고 있다. 내각제 국가의 총리에 해당하는 A급 의전이다. 그가 2012년 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될 것으로 점쳐지는 점을 감안한 예우이다.
특히 류 대사는 현지 부임 전임에도 불구하고 시 부주석을 밀착 수행하는 '영예수행'에 나섰다. 외교가에서는 "이런 모습들은 중국의 차세대 핵심지도자와 한중관계에 한국이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풀이가 나온다.
시 부주석은 18일 여야 대표와 만난 뒤 경주를 방문하며, 19일 오전 미얀마로 떠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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