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신청사 건립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경기 성남시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6,000억 원 이상이나 줄여 편성하면서 내년도 일부 복지사업과 신규투자 사업이 전면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의회와 시민단체는 "호화청사 건립 때문에 정작 시민들을 위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재정 위기에 내몰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17일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 따르면 시가 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수정예산안은 1조7,577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 2조3,895억보다 6,318억 원이 축소됐다.
특히 총 323건 4,518억 원 규모의 내년 신규사업 예산은 3,984억 원(88.2%)나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내년에 추진될 예정이었던 시립보육시설 건립, 공영주차장 건립, 어린이 공원 재정비 사업, 학교 숲 조성사업 등이 전면 보류됐다.
이에 대해 시의회 등에서는 "내년 예산 축소는 호화 청사를 짓는데 3,200억 원이나 투입됐기 때문"이라며 "최근 수년 동안 2조원대의 탄탄한 재정자립도를 자랑하던 성남시 살림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최만식(민주당) 시의원은 "성남시가 판교 신도시 개발 사업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5,403억 원을 빼내 이중 1,400억 원만 도시재개발기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돈을 일반회계로 전용했다"며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 돈이 호화 신청사를 짓는 데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의회가 지적한 내용의 사실 관계를 확인해 태스크포스를 구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힌 채 구체적인 지출내역 공개를 피하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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