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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공동체론' 박호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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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공동체론' 박호성 교수

입력
2009.12.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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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이 고문대 같았습니다."

축하와 겸양의 의례적 인사가 오간 뒤, 박호성(59)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꺼낸 첫 마디다. <공동체론> 은 박 교수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마지막 안식년을 보내며 쓴 책. 공동체적 삶이라는 오랜 성찰의 주제를 정리한 결과물인데, 박 교수에게 그 일을 하며 보낸 지난해는 '안식'이 아니라 '위리안치(圍籬安置)'의 시간이었던 듯했다.

"공동체라는 개념이 워낙 방대한 데다가 그것에 대한 관심은 선사시대부터 쭉 존속돼 온 것이잖아요.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출발해 20세기 독일 사회학자 퇴니스까지 훑어본 다음, 자유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등 오늘의 사상적 배경까지 살펴야 했습니다. 힘들 수밖에 없는 작업이었어요."

해체와 단자화, 개인주의 범람으로 설명되는 현대 사회에서 정치학자가 공동체론에 천착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인간의 위기, 그리고 자연의 위기"라는 말로 의미를 요약했다.

"현대 사회가 표방하는 개인주의는 곧 '거인(巨人)주의'입니다. 세계화가 도래하면서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 결과는 용산참사에서 보여지듯 무차별적 폭력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개인주의는 자연의 파괴로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가치를 되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박 교수는 학계에서도 부지런한 학자로 통한다. <평등론> <휴머니즘론> <인간적인 것과의 재회> 등 십수 권의 연구서와 번역서, 수상록 등을 냈다. 그는 대학 사회가 대중과의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전에 단과대마다 연구업적 심사위원회가 있을 때 내 업적은 늘 꼴찌였어요. 내 논문에는 각주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국어사전을 여럿 펼쳐 놓고 쉬운 말로 풀어 쓰려 노력했는데, 학계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변화했지만, 전문지식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 미흡합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 심사평/ 독창성과 문제의식 두 작품… 논의끝 나란히 수상작 선정

분량이나 질적 수준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예심 통과 서적들 중 하나만 선정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특히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가 보여주는 독창성과 정밀한 논의, 우수한 편집과 <공동체론> 이 보여주는 연구의 깊이와 폭, 진지한 문제의식 중 하나에만 손을 들어야 한다니.

심사위원들은 저술상(학술 부문)의 기준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다른 분야 심사가 모두 끝난 후까지 갑론을박했다. 냉정한 내침보다 유연한 껴안음이 학술 장려에는 더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일까, 결국 학술 부문에서 이 두 권을 공동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난산 끝에 우량아 쌍둥이 분만이라. 저자의 연령, 주제, 서술방식, 책의 시각적 측면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두 책이 나란히 선정된 것은 한국 학술출판의 전통과 새로움, 두 모습의 공존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환재 박규수 연구> <지배와 공간> 등도 심사과정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덧붙인다.

한정숙ㆍ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사진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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