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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김일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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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문화상/ 저술(학술) 부문,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김일권 교수

입력
2009.12.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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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구려 고분의 벽화는 고구려인의 일상과 문화를 잘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재다.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는 그 벽화에 담긴 하늘 세계를 살피고 고구려인의 세계관을 엿보는 책이다. 고대 한반도 국가의 천문을 주제로 한 최초의 서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학문 영역을 개척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저자인 김일권(45)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는 책을 쓰기 위해 별이 그려진 고구려 고분 25기를 조사했다. 고분에 그려진 별은 우리에게 익숙한 모양(☆)이 아니라 둥근 원이었다. 선을 그어 별을 연결한 것도 있는데 덕흥리 고분 벽화에 나오는 W자형 별자리가 대표적이다. 5개의 별을 선으로 연결한 것으로 서양의 카시오페이아 자리와 흡사하다. 특이한 점은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그림이 고구려에도 있고 서양에도 있는데 중국의 천문도에는 없다는 것이다.

“고구려와 중국은 교류가 활발했는데 별자리 표현이 이렇게 달랐습니다. 북극성도 고구려는 별 3개를 나란히 그려 표시한 반면 중국은 별 5개를 그렸습니다. 고구려가 독자적인 천문관을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고구려인은 벽화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김 교수는 “하늘에 유토피아를 펼쳐 보였다”고 말했다. 벽화에는 실제로 선인(仙人)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그림이 많이 나오는데, 김 교수는 신선도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이를 ‘비선(飛仙)사상’이라고 표현했다.

서울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은 종교학과로 진학했던 그는, 1994년 포항에서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새긴 바위를 보고 별자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별자리 논문 40여 편을 발표할 정도로 이 분야에 매달렸지만 앞선 연구가 없어 무척 힘이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책에는 멋진 시각물이 많은데 상당수는 김 교수가 직접 그린 것이다.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익히고 모사ㆍ복원도를 그렸는데 어떤 것은 하나를 그리는 데 1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 심사평/ 독창성과 문제의식 두 작품… 논의끝 나란히 수상작 선정

분량이나 질적 수준에서 깊은 인상을 주는 예심 통과 서적들 중 하나만 선정해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특히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가 보여주는 독창성과 정밀한 논의, 우수한 편집과 <공동체론> 이 보여주는 연구의 깊이와 폭, 진지한 문제의식 중 하나에만 손을 들어야 한다니.

심사위원들은 저술상(학술 부문)의 기준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다른 분야 심사가 모두 끝난 후까지 갑론을박했다. 냉정한 내침보다 유연한 껴안음이 학술 장려에는 더 필요하다는 자각 때문일까, 결국 학술 부문에서 이 두 권을 공동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난산 끝에 우량아 쌍둥이 분만이라. 저자의 연령, 주제, 서술방식, 책의 시각적 측면 등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두 책이 나란히 선정된 것은 한국 학술출판의 전통과 새로움, 두 모습의 공존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환재 박규수 연구> <지배와 공간> 등도 심사과정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덧붙인다.

한정숙ㆍ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사진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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