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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사장이 '삼성전자 원톱' 되기까지…애니콜 신화·황의 법칙 꺾은 '디지털 보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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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사장이 '삼성전자 원톱' 되기까지…애니콜 신화·황의 법칙 꺾은 '디지털 보부상'

입력
2009.12.18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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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삼성전자에는 반도체,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LCD, 생활가전 등 5개 총괄이 있었다. 이중 디지털미디어 부문을 맡고 있던 최지성 사장을 주목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애니콜 신화'의 주역 이기태 정보통신 사장과 '황의 법칙'으로 알려진 황창규 반도체 사장에 모든 이목이 쏠렸다. 직원들은 이 두 사람 중 누가 이윤우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의 원 톱이 될 지 내기를 걸곤 했다.

# 2009년 12월17일 최 사장은 경기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 디지털홀에서 열린 대표이사 취임식장 연단에 올랐다. 한 때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애니콜 신화와 황의 법칙 주인공은 이곳에 없었다. 그는 이제 삼성전자의 단독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로, 매출 121조원에 직원 16만여명(지난해말 기준)의 거함을 이끌게 됐다.

'디지털 보부상' 최 사장이 삼성전자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는 어떻게 스타 CEO가 즐비했던 삼성전자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을까.

최 사장이 삼성전자 단독 CEO가 된 것은 먼저 이건희 전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부사장과의 인연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그는 이 부사장과 가장 가까이 있었다.

2006년 9월 당시 이 상무가 독일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행사장을 찾았을 때 그를 수행한 것은 최사장이었다. 2007년 1월 이 상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쇼에서 첫 공식 행사를 가질 때도 최 사장이 있었다.

그러나 최 사장의 성공을 이 부사장과의 관계로만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 주변에선 최 사장의 완벽주의에 높은 점수를 준다. 대표적인 예가 2005년 보르도 TV 출시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열린 시제품 품평회 중 금형을 깨 부순 사건.

그는 당초 현존하는 가장 얇은 TV를 만들라고 한 자신의 지시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수십억원의 금형을 바닥에 내 던져 버렸다. 삼성 관계자는 "금전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거래선과의 관계상 출시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사장의 이러한 행동에 자극 받은 직원들은 이후 밤을 새워 처음부터 다시 디자인과 설계에 착수, 가까스로 출시 일정을 맞췄다. 물론 이렇게 출시된 보르도 TV는 대성공을 거두며 삼성전자가 디지털 TV 세계 1위에 발돋움하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최 사장의 카리스마가 노력에서 나온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사실 최 사장은 무역학과를 나온 영업맨 출신이다.

1985년 삼성 반도체통신의 1인 유럽 지사장으로 재직할 때 그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전자'와 'PC'라는 단어가 들어간 업체들을 모두 찾아 다니며 영업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반도체 서적을 달달 외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매출액을 1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로 100배나 끌어 올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 번은 기술연구소장과 2시간 가까운 논쟁을 벌여 한판승을 거둔 적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박사 출신 전문가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평소 엄청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의 공부는 기술분야뿐 아니라 디자인도 망라한다. 이탈리아 가구 업체를 방문해서 얻은 아이디어나 제품들을 디자인실에 던질 때도 적지 않다.

그의 삼성전자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동원, '시장 창조자'(Market Creator)로서 고객을 감동시키고 고객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동시에 사회발전에도 기여하는 '창조적 리더'로 거듭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분야에서 보다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와 파트너십 협력체제 확대 ▦기존 사업의 경쟁력 극대화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건강, 환경, 에너지 등의 신사업 발굴 ▦사업간 시너지 극대화 ▦창조적인 조직문화 등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최 사장은 그 동안 세트와 부품으로 나뉘었던 2개 부문을 단일 체제로 통합하고, 10개로 운영하던 사업부도 영상디스플레이, IT솔루션, 생활가전, 무선, 네트워크, 반도체, LCD사업부 등 7개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해외 영업을 위한 지역 총괄은 기존 9개에서 아프리카 시장을 따로 떼어내 총 10개 지역총괄로 확대 개편했다. 최 사장이 이끄는 창조와 도전의 삼성전자가 어떤 모습을 갖게 될 지 주목된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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