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대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1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한바탕 몸싸움을 벌였다.
정치권이 엇갈린 풍경을 연출함에 따라 국회가 대타협과 파국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가 예산 대치 정국을 풀어보기 위한 '대통령+여야 대표'의 3자 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는 가운데 한편에선 물리적으로 충돌함으로써 국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 모두 대화와 강경 대응의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어서 어느 쪽으로 결말이 날지 예단하기 어렵다.
일단 여야는 정면 충돌과 파국쪽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날 예산안 처리를 위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강행하려 하자 민주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했다.
민주당 의원 40여명은 이날 오전 9시35분쯤 예결위 회의장으로 진입해 위원장석을 점거했고, 일부 민노당 의원들도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 15명 가량이 위원장석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몸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이 오전 10시44분 의사봉 대신 주먹으로 탁자를 두드리면서 정회를 선언하자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여야 영수회담 이후 4대강 예산에 대한 해법을 찾은 뒤 계수조정소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주장은 4대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민주당은 폭력ㆍ농성ㆍ점거 전문당"이라고 비난했다.
게다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제안한 3자 회담도 의제를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 간의 이견으로 성사를 장담키 어렵게 됐다. 특히 청와대가 "예산 문제가 의제에서 제외되지 않으면 3자 회담 개최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여야의 대치가 격화됨에 따라 연내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해 사상 초유의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결국 연말에 여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나서고 야당은 물리적으로 저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여야 지도부 모두 파국에 부담을 느끼고 막판에 극적으로 4대강 예산 일부 삭감 등을 통해 대타협을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타협론자들은 3자 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당 대표가 제안하고 야당 대표가 수용한 마당에 이명박 대통령이 회담 자체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아울러 여야 중진 12명이 이날 4대강 예산 중재안을 내놓는 등 여야간 타협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정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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