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서울이 경쟁력을 갖춘 세계중심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쉽게도 많은 지표들은 아직 서울이 런던 파리 뉴욕과 같은 세계도시에 비하여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해답은 문화중심도시로의 변화이다. 남아있는 문화유산이 부족한 서울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문화중심도시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참신하고 창의적인 메가 이벤트로 세계인들의 마음속에 특별한 이미지로 각인되어야 한다.
전통과 역동성 어울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한 '2009 광화문 스노보드 빅에어 월드컵 대회'는 서울의 역동적 이미지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스노보드 월드컵 경기는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매우 실속 있는 전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대회 예산은 모두 17억원으로 서울시가 5억 원, 민간 기업이 12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11~13일 사흘간 펼쳐진 스노보드 경기는 전 세계 유명 방송사를 통해 170여 개국에 방영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과 매체가 전하는 홍보 파워를 고려할 때,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FIFA 월드컵, 포뮬러1 월드 챔피언십 등 세계인이 지켜보는 국제 경기를 통한 마케팅 효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되었다. 더욱이 개최 장소가 서울의 한복판 광화문 광장이라는 점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충분한 소재가 되었다. 파리 런던 스톡홀롬 등 유럽 유명 도시들도 마케팅 효과를 위해 스노보드 월드컵을 개최했으나, 서울처럼 파격적이고 신선한 장소 선정은 없었다. 익스트림 스포츠와 16차선 도로 한복판 광장, 그리고 배경의 경복궁과 북한산은 역동적인 스포츠와 빠르게 순환하는 도시 이미지와 함께 서울의 역사와 자연을 어우르는 멋진 광경을 만들어 냈다.
시민의 광장인 광화문 광장에서의 국제 행사 유치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서울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러 시민의 광장을 시민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행사 유치를 통한 도시 홍보는 곧 도시 관광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서울 시민의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스노보드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적 공방에 이르렀다. 모두가 서울과 서울시민을 아끼는 충정에서 나온 소중한 의견들이지만 너무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도시 홍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차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문화와 관광산업을 통해 세계인에게 다가서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대회 역시 스포츠를 통한 도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서울을 보다 젊고 역동적인 도시로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평가해야 옳을 것이다.
세계인의 공간으로
새로운 시도에는 늘 진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은 창의적인 발상에서 나온다. 서울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지원하고 응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광화문 광장이 서울 시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문화와 스포츠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서울에 세계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당장의 불편함과 정치적 이해를 앞세우기보다, 서울의 세계화를 위해 광화문 광장을 세계인들에게 빌려주는데 인색하지 않은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최영민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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