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KT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KT에서 경쟁사인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로부터 미운 털이 박힌 KT가 갖가지 견제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휴대폰 광고에서 KT에 공급하는 휴대폰 이름을 빼거나 휴대폰용 소프트웨어 지원이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옴니아폰'의 신문 광고를 내면서 KT 제품에만 '옴니아'라는 휴대폰 이름을 빼버리고 'M8400'으로 광고했다. 마치 KT에는 옴니아폰을 공급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폰으로 바람몰이를 하는 KT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여실히 반영된 광고다.
삼성전자도 휴대폰 이름을 광고에서 빼버린 것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유를 "KT의 경쟁사인 SK텔레콤이 싫어하기 때문"이라며 SK텔레콤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통업계는 삼성의 주장에 펄쩍 뛰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삼성전자에서 KT의 아이폰 때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광고"라며 "아이폰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며 SK텔레콤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KT에서 SK텔레콤과 동일한 휴대폰 1대당 20만원의 보조금을 '쇼옴니아'에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삼성전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KT 관계자도 "경쟁사와 동일한 수준의 보조금 지급을 원하고 있으나 삼성전자가 아이폰 때문에 과민 반응해 SK텔레콤만 지원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KT는 휴대폰 명칭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지원도 난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옴니아폰으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소프트웨어를 사고 팔 수 있는 '삼성 애플리케이션 스토어'를 SK텔레콤의 온라인 장터 'T스토어'에 입점하는 형태로 개설했다. 내년 1월부터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이곳에서 옴니아폰용 소프트웨어를 무선 인터넷으로 사고 팔 수 있다.
그러나 18일에 옴니아폰을 내놓는 KT는 아직 지원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와 앱스토어 제공을 협상 중이나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SK텔레콤과 앱스토어를 준비했으나 KT와는 최근 논의를 시작했다"며 "이용자 편익을 우선 생각하는 글로벌 기업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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