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문제가 노사정 합의를 거쳐 국회로 넘겨졌지만 민노총은 협상과정에서 배제됐다. 조직의 중심 축인 공무원노조 통합작업은 정부에 발목이 잡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6일 서울메트로 노조가 민노총 탈퇴여부를 묻는 투표에 들어가면서 집안단속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다. 정부의 강경방침에 맞서 연말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벌써 '뻥파업'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논의과정서 완전배제
출발은 좋았다. 민노총은 지난 10월 한국노총과 13년만의 연대총파업에 합의하면서 기세등등했다. 이어 시작된 노사정 회의에서도 강한 톤으로 정부를 몰아세웠다. 하지만 한달 간의 회의는 결렬됐고 한노총은 노동부, 경총과 추가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만들어 한나라당에 전달했다. 민노총은 야합이라고 비판했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할 수 없었다.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노조법 개정작업도 비슷한 모양새다. 한노총은 15일 노조 처벌조항 삭제 등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한나라당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정책연대 파기라는 카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노총은 딱히 지렛대가 없다. 같은 뿌리인 민주노동당은 세가 약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민노총과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 환노위 관계자는 16일 "개정안에 민노총의 입장을 감안하겠지만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안에서도 힘이 빠지고
내부 고민도 깊다. 정부가 설립신고서를 반려하면서 산하단체 중 최대규모인 조합원 10만 명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아직 합법단체로 등록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정부가 정한 24일까지 자료를 보완해 제출할 계획이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내용도 있어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다.
서울메트로 노조가 16일 민노총 탈퇴 찬반투표를 강행한 것도 부담이 크다. 현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이곳 출신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조합원 수 8,800명에 달하는 대형노조여서 탈퇴로 결론이 날 경우 충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민노총 관계자는 "지난 7월 KT노조가 탈퇴했지만 도미노 이탈은 없었다"면서도 후폭풍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총파업의 파급력은
민노총은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지도부에 총파업 시기를 위임하는 한편, 21일부터 총파업 대비 비상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여의도에서 1만 여명이 참가한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8일 주요 시도 한나라당 규탄대회, 19일 전국 동시다발 민중대회 등 분위기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복수노조 허용 유예,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사정 합의안을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조합원들의 공감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음 달 28일로 현 지도부의 임기가 종료돼 위원장 선거체제로 급속히 바뀔 수도 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민노총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곱사등의 모습"이라며 "국면전환이 필요하지만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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