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심에서 법률 적용 오류로 강간범에게 법정 최저 형량의 절반을 선고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기택)는 별거 중인 아내의 직장동료를 구타하고 성폭행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장모(44)씨에 대해 잘못된 법 적용을 지적하며 원심을 파기했으나, 형량은 1심과 같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는 특정강력범죄인 강도상해죄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 3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강력범죄를 저질렀으므로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을 적용해 누범 가중을 해야 하는데 원심은 형법에 의한 누범 가중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강법에 따르면 누범기간에 강력범죄를 재차 저지르면 법정 형량의 상ㆍ하한을 모두 두 배 가중해 처벌해야 하는데, 1심은 상한만 늘리는 형법을 적용해 최저 형량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강법을 적용하면 장씨는 10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야 하지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대로 징역 5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불이익 변경금지란 피고인만 항소한 경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는 형사소송법상 규정이다. 결국 검찰과 하급심 재판부의 착오로 강간범이 뜻하지 않은 선처를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형량의 상ㆍ하한을 모두 두 배 가중하는 특강법 조항을 모든 사안에 일률적으로 직권 적용하는 것은 오히려 적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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