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강북청년창업센터 1층 전시실.
40여명의 청년사업가들과 국내 바이어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물어보느라 떠들썩하다. 4층 대강당도 열기가 뜨겁다. 윤생진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장이 이 곳에 입주해 있는 100여명의 청년사업가들에게 '성공창업'에 관한 특강을 하고 있었다.
'당신의 창업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고 쓰여진 대강당 곳곳의 구호가 강연장의 열기를 한층 더했다.
마포구청사로 쓰이던 이 곳에 입주한 기업은 총 472개. 대규모 기업 마을인 셈이다. 직원들을 모두 합치면 787명. 이들은 지난 7월 서울시의 '2030 청년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선발돼 이 곳에 무료로 사무실을 열게 됐다.
사업 아이템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 사업화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시가 자립 때까지 사무실과 창업컨설팅, 판로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템에 따라 매월 70만~100만원씩 운영비도 지원된다. 476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 송파구의 강남청년창업센터까지 포함하면 서울시가 950여 개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사업가답게 이들의 사업아이템은 가지가지이다. 본관 건물 5층에 입주해 있는 '튜즐'은 유아용 가구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구와는 다르다.
자작나무로 만든 18개 조각으로 요람, 식탁, 장난감박스, 책상, 소파 등 갖가지 가구를 만들 수 있다. 가구 자체로도 실용성이 있지만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가구를 만드는 과정도 놀이가 된다. 지난해 지식경제부의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동현(37) 대표는 "아이디어만 있었지 자금과 작업공간이 없어 창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이 곳에 입주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에디슨'의 노연환(37) 대표는 의료기기제조업체 영업사원 출신이다. 10년 동안 병원 영업을 하던 노씨는 뜨거운 조명 때문에 힘들어하는 피부과 수술환자들을 위해 간호사가 연신 수술 부위에 부채질을 해야 하는 점에 착안, 바람이 나오는 조명기기를 구상했다.
노씨는 "오래 전 설계를 마쳤지만 자금부족으로 진전이 없었다"며 "지난 달 1일 드디어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옷에다 각종 문양을 새기는 사업을 하고 있는 정지은(29ㆍ여)씨는 "이 곳에서 판로를 개척해줘서 곧 목동의 한 백화점의 이벤트 행사에 제품을 전시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외에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떡볶이와 튀김을 개발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중인 젊은이, 보라ㆍ빨강ㆍ노랑 등 색깔이 있는 감자를 브랜드화하려는 청년사업가, 현수막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들고 있는 젊은 여성 사업가 등도 모두 이 곳에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하게 된 사람들이다.
동자승, 십이지신 등과 같은 전통 소재를 관광상품용 공예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닉스타일' 대표 안혜경(40·여)씨는 "이 곳에 입주한 사람들은 모두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하려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라 서로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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