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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국가주의'의 부활 -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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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국가주의'의 부활 - 아이리스

입력
2009.12.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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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 TV 수목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국가안전국 NSS는 '회사'로 불린다. 여느 직장인들처럼 회식을 하고, 선후배가 업무 태도를 두고 다투는 NSS의 풍경은 일반 회사와 다르지 않다.

"애국심 같은 거 난 몰라요. 그저 목숨을 걸어도 될 만큼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라며 NSS에 들어온 김현준(이병헌)의 말은 곧 NSS '회사원'의 정서다. NSS 부국장 백산(김영철)이 세계 정세를 조종하는 군산복합체의 비밀 조직 아이리스의 조직원으로 동시에 살아가는 것도 그가 한국인이기 이전에 '회사원'이기 때문이다. 그가 아이리스를 '본사'로 부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아이리스'는 냉전시대 이후 국가보다 개인의 욕망이 부각되고, 거대 자본이 국가를 넘나드는 시대의 첩보물이다. 하지만 '아이리스'는 국가가 다시 '회사'를 이기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김현준은 백산에게 배신당한 이후 "나를 버린 나라에 복수"하려고 북한의 테러 조직원과 손을 잡지만, 사실 김현준을 위기에 빠뜨린 것은 백산의 '본사' 아이리스다. 남한에서 핵테러를 기도한 북한의 고위 정치인이 아이리스의 '회사원'이고, '북남 통일'을 꿈꾸는 북한의 민족주의자 박철영(김승우)과 김현준이 연합해 테러를 막는 전개 또한 '남북 대 다국적 회사'의 대결 구도를 명확하게 만든다.

김현준은 핵테러를 막은 공로로 NSS에 복직하고, 연인인 최승희(김태희)와 재회하는 등 국가와 개인의 이익이 완벽하게 일치된다. "대통령도 몰랐던" 회사 NSS가 대통령의 통제 아래 움직이는 기구로 변하는 것은 상징적이다. '아이리스'의 롤 모델 격인 영화 '쉬리'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욕망 속에서 흔들리는 남과 여를 보여줬다. 반면 '아이리스'는 '탈 이데올로기 시대'라는 말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지금, 거대한 다국적 '회사'들에 맞서 '부국강병'을 외치는 강한 국가와, 국가를 떠받치는 '국가의 영웅'을 열망한다.

그래서 '아이리스'가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볼거리의 힘을 바탕으로 높은 시청률을 거둔 것은 흥미롭다. 한 국내 휴대폰 업체가 아이폰에 맞서 만든 광고 전단지에 태극기를 그려 넣는 시대. 국가의 경제 발전과 개인의 욕망이 동일시되는 시대. 냉전시대에 이데올로기로서 국가를 받아들이던 우리는 이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국가주의에 동의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고로 '아이리스'의 영어 스펠링(IRIS)를 거꾸로 쓰면 'SIRI', 즉 '쉬리'와 비슷해진다. 그렇게 역사는, 문화의 트렌드는 반복된다. 반대로 뒤집힌 모습으로.

대중문화평론가 lenonne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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