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형질전환(유전자조작·GM) 작물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다중(多重) GM이다. 원래 갖고 있지 않던 여러 가지 형질을 유전공학 기술로 한꺼번에 도입한 작물이라는 뜻이다.
GM 옥수수 교배한 '슈퍼 GM'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촌진흥청은 각각 지난달 2일과 19일 다중 GM 옥수수 제품인 스마트스택스에 대해 수입을 승인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종자 기업 몬산토와 다우아그로사이언시스가 함께 개발했고 수입은 몬산토코리아가 맡았다.
한국 정부의 수입 승인 뒤 관련 학계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나 시민 단체 쪽에선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마트스택스는 4가지 품종의 옥수수를 다년간 여러 차례 교배해 얻었다. 그 4가지는 모두 국내에서 이미 수입이 승인된 GM 옥수수다.
지상에서 옥수수의 천적은 조명나방이다. 줄기를 갉아먹어 생산량을 뚝 떨어뜨린다. 땅속에서는 옥수수뿌리벌레가 뿌리를 공격한다. 스마트스택스의 부모 격인 4가지 GM 옥수수는 이들 해충과 제초제에 대해 저항성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2, 3가지씩 집어넣은 품종들이다.
예를 들어 일드가드VT프로에는 조명나방 퇴치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허큘렉스Ⅰ은 글루포시네이트라는 성분의 제초제를 뿌려도 잘 죽지 않는다. 옥수수는 그대로 있고 주변 잡초만 죽어 생산성이 높아진다.
4가지 GM 옥수수를 교배한 스마트스택스는 6가지 해충과 2가지 제초제에 대해 저항성을 나타낸다. 국내에서 2가지 형질이 나타나는 이중 GM 옥수수는 수입 승인된 적이 있지만 다중 GM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캐나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대만은 한국보다 먼저 스마트스택스 수입을 승인했다. 몬산토코리아는 "옥수수의 우수한 형질을 골라 결합시킨 스마트스택스는 농약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등 농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2010년부터 국내 유통
GM 작물을 교배해 얻은 작물은 후대교배종이라고 불린다. 최양도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교수는 "1세대 GM 작물의 안전성이 인정됐다면 사실 후대교배종은 별도로 검사하지 않아도 안전하다고 보는 게 과학계의 관례"라고 말했다.
박태성 농촌진흥청 연구사도 "8가지 형질 유전자를 따로따로 집어넣지 않고 기존에 승인된 GM 작물을 교배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캐나다는 후대교배종을 상업화할 때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일본은 다르다.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일단 심사 과정을 거친다. 국내 후대교배종의 심사에서 가장 중점적인 기준은 교배 전의 작물과 달라졌는지 여부다.
스마트스택스 심사 담당 구용의 식약청 연구관은 "유전자가 바뀌었는지, 만들어지는 단백질 양이 달라졌는지, 새로 도입된 유전자 간 상호 작용이 있는지가 주요 심사 내용"이라고 말했다.
교배한 뒤 유전자가 바뀌면 다른 종이 됐다는 뜻이므로 아예 새로운 GM 작물로 심사해야 한다. 여러 GM 유전자끼리 상호 작용을 일으켜 특정 형질이 교배 전보다 눈에 띠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6개월에 걸친 심사 결과, 스마트스택스는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승인됐다는 게 구 연구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아직 다중 GM 작물에 대해 완전히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김은주 유전자조작식품반대 생명운동연대 사무국장은 "심사용 증빙 서류를 내는 주체가 바로 개발 기업(몬산토)"이라며 "GM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는데 별도의 실험도 없이 개발 기업의 자료만으로 다중 GM의 수입을 승인한 건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마트스택스는 미국에서 2010년부터 재배된다. 국내에는 그 뒤 유전자재조합이라는 표시를 달고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은 스마트스택스가 기름이나 당 같은 가공 식품이나 동물 사료를 만드는 데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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