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를 벌여온 여야 정치권이 16일을 기점으로 대타협과 파국의 기로에 섰다.
여야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등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회담의 성사 여부가 매우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화와 협상의 물꼬를 트는 듯했다. 한나라당은 처음으로 4대강 예산의 부분적인 삭감과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고, 민주당 역시 토론과 협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던 한나라당이나 사실상 4대강 사업 철회를 요구해온 민주당 모두 타협의 여지를 열어두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정 대표가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가 만나는 3자 회담을 제안하면서 대타협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비슷한 시각 "대통령이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은 즉각 회담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후 정치권에선 3자 회담이 성사될 경우 예상되는 의제들까지 거론됐다. 4대강 사업을 필두로 한 예산안 처리 문제는 물론 세종시 수정 추진,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디어법 재개정 여부, 복수노조 및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 등이다.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과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었다.
사실 3자 회담은 여야 모두에게 '윈윈 카드'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정 대표는 대타협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민주당 정 대표는 '이명박 대 정세균'구도를 만들 수 있다. 양당 모두 한발씩 양보하며 타협의 정치를 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청와대가 "의제 등에 대한 여야간 협의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김은혜 대변인)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청와대는 4대강 등 예산 문제는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할 몫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직접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정몽준 대표측과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에선 당혹감도 묻어났다.
청와대는 야당과의 대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의제 문제 등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의 소극적 반응에 대해서는 두 갈래 해석이 나온다. 의제 논의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고, 회담 개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오후에 열린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 회담에 대한 해석도 엇갈렸다. 계수조정소위 가동 여부를 두고 여야간 입장차가 여전했는데, 3자 회담을 앞둔 신경전으로 여기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자칫 파국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3자 회담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두 갈래 시각이 있다. 여야가 의제에 합의하거나 청와대가 대승적으로 수용할 경우 회담이 열릴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의제 협상 대상을 청와대로 보고 있는데다 청와대가 난제들을 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야가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점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연말까지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대타협이냐 파국이냐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됐다.
양정대기자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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