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어민들이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하급심에서 승소하여 가집행한 판결 금액에서 변호사 성공보수금을 지급하였는데, 후에 대법원에서 파기되어 결과적으로 최종 승소 금액이 이미 변호사에게 지급한 보수 금액에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재판에 이기고도 오히려 손해를 본 어민들은 변호사를 상대로 성공보수금의 일부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이 어민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부자 변호사'와 '모범 변호인'
심급 별로 변호사 선임계약을 체결하는 관행과 상급심에서 승패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재판의 특성상 이런 현상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사에서 더욱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승소 금액의 40%'라는 성공보수 약정과 24억 원이라는 성공보수 금액이다.
환경관련 집단소송에서 비용 일체를 변호사가 부담하고 의뢰인이 착수금을 내지 않는 대신 승소하면 승소 금액의 일정 비율을 성공보수로 지급하기로 하는 수임약정은 드물지 않게 있는 일이다. 크게 비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문제는 그 비율과 금액이 과도하다는데 있다.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도 일반인이 평생을 통해 모으기 힘든 돈을 한 사건의 수임료로 벌어들인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로또가 연상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며칠 전 헌법재판소는 올해의 '모범 국선대리인'으로 3명의 변호사를 선정하여 표창하였다. 그 중 한 사람인 30대 후반의 김정진 변호사가 수행한 사건 이야기다.
형사재판에서 징역형이 선고되면 선고 이전에 구치소에 구금되었던 기간은 기결수로서 교도소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유가 박탈된다는 점에서 실제 형기에 이 기간을 포함하여 계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은 구치소 구금기간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형기에 산입할 수 있는 재량을 법관에게 주고 있었다. 실제 재판에서도 계산 편의상 하루 단위가 아닌 5일 단위로 잘라서 산정하는 경우가 있었다. 교도소 안에서의 하루는 3년 같다는데, 법원의 편의에 따라 최대 4일까지 억울한 옥살이를 더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김 변호사는 이 형법 규정에 대하여 헌재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냈다. 수십 년간 존속되어 왔던 잘못된 관행이 깨진 것이다. 그런데 김 변호사는 의뢰인이 직접 선임한 변호사가 아니라 생계 곤란을 이유로 헌재가 지정한 국선변호인이었다는데 놀라움이 있다. 변호사면 다 같지 사선, 국선을 논할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 의뢰인에게서 수임료를 받지 않는 국선변호인이 사선변호인처럼 열심히 일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면기난부(免飢難富).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님은 최근 출간한 자서전에서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전신할 때 선배로부터 들은 권면(勸勉)이었다고 적고 있다. '밥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부자 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먹고는 살 테니 부자 되려고 과욕부리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고 한다.
변호사의 사명 되새겨야
대여섯 개 대형 로펌의 매출액은 대체로 한 해 1,000억 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거래소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코스닥에 상장된 중간 규모 기업의 매출액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개인 별로 따져 최고로 많은 매출을 올린 변호사도 보험회사나 자동차 판매회사가 연말에 시상하는 '올해의 보험사원'이나 '자동차 판매왕'의 기록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변호사 업계의 파이 크기로 볼 때 변호사로 부자가 되려고 한다는 것 자체에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빛 바랜 변호사법 1조를 다시 보게 되는 아침이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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