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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연말 술자리 신나게 달리다간 오줌길 막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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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연말 술자리 신나게 달리다간 오줌길 막힐 수도

입력
2009.12.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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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발이 셌었는데 이제는 잘 나오지도 않고 발등에 떨어진다." "밤에 오줌이 마려워 서너 번은 깨지만 변기 앞에 서면 오줌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다."

이 같은 전립선비대증은 겨울철에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요즘 같은 연말에 잦은 송년 모임으로 폭음하다 동파된 수도꼭지처럼 요도가 꽉 막히는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12월 가장 많이 발병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겨울에 월등히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전립선학회(회장 이현무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2004년 1월~2008년 12월 5년간 전립선 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월별로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12월에 가장 많아 가장 적은 달(2월)의 1.2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전립선비대증을 치료받은 환자는 2004년 346만건에서 2008년 660만건으로 5년 새 1.9배로 늘어났다. 이 회장은 "12월에 송년 모임이 잦고 추운 날씨가 이어져 전립선비대증이 악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평소 전립선비대증을 앓는 환자가 과음한 뒤 잠을 자거나 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면 급성요폐(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증세)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전립선비대증이란 말 그대로 전립선이 지나치게 커져 배뇨장애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더 악화한다. 겨울에는 땀으로 수분이 잘 배출되지 않아 소변량이 늘어나는데 이때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이 양을 다 소화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과음으로 소변량이 느는 것도 병을 악화한다.

주요 유발인자는 나이와 남성 호르몬이다. 남성은 30대 초반부터 전립선 조직이 비대해지기 시작해 50대에서는 50%, 60대에서는 60%가 전립선비대증이 된다. 급격히 서구화한 식단도 전립선비대증을 일으키는 주 원인으로 꼽힌다. 고지방 음식은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등 혈액 내 순환 호르몬 분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증세는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눌러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약뇨), 소변을 자주 보며(빈뇨), 자는 동안 소변을 보기 위해 한 번 이상 일어나는 것(야간뇨) 등이다. 소변이 갑자기 마려우면서 참기 어렵고(요절박), 소변 줄기가 중간에 끊어졌다 나오는 것(간헐뇨)도 증상에 속한다. 회음부가 불쾌하고, 하복부가 당기며, 발기부전이나 조루증 등 성기능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방치하면 결국 방광의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하는 수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단순히 전립선 크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전립선이 조금만 커져도 이상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꽤 커진 뒤에도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전립선비대증 진단에는 직장수지(手指)검사, 요도ㆍ방광경검사, 경직장초음파검사, 오줌발검사, 잔뇨측정, 합병증선별검사,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 등 여러 검사가 쓰인다.

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

50대가 넘으면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소변 줄기가 약해지게 마련이다. 현재 한국에는 200만명이 전립선비대증인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그런데 치료받은 환자는 40만명에 불과하다. 그저 나이가 먹으면 으레 따라오는 세월의 흔적쯤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혈뇨 신우신염 방광염 결석 허리통증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초기에는 간단한 생활 요법만으로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다. 이형래(대한전립선학회 홍보이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저녁 7시 이후에는 수분 섭취를 줄여 배뇨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좋다"며 "커피 녹차 콜라 등 소변량을 늘리는 음료수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저녁 따뜻한 물로 20분씩 좌욕하고, 과음을 피하며, 일하는 도중 수시로 자리에서 일어나 맨손체조를 하는 것도 도움 된다. 감기약도 조심해 먹어야 한다. 콧물 감기약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제와 기침약으로 쓰이는 에페드린은 방광 수축을 억압해 배뇨를 막는다.

치료약으로는 전립선 크기를 줄이는 5_알파 환원효소억제제나 전립선과 방광경부 근육을 부드럽게 해 소변이 잘 나오게 도와주는 알파 수용성차단제를 사용한다. 5_알파 환원효소억제제는 전립선이 큰 사람에게 효과가 있지만 발기부전, 성욕 감퇴, 사정 장애, 여성형유방증 등 부작용이 일으킬 수 있다. 알파 수용성차단제는 배뇨 장애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만 혈압이 떨어져 두통 현기증이 생길 수 있다.

급성요폐 요로감염 혈뇨 방광결석 등 합병증이 생겼거나 약물이 잘 듣지 않으면 내시경이나 개복수술로 비대한 전립선 조직을 깎거나 도려낸다. 전립선은 정액 성분의 일부를 만들어 분비하는 기능만 하므로 없애도 성 기능에는 별 지장이 없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 성기능 장애가 올 수는 있다. 약물 요법은 2%, 경요도전립선수술은 4.5%, 개복전립선적출술은 16% 정도가 발기 장애를 겪는다. 칼을 대지 않고 기구 주사제 레이저 등을 이용해 좁아진 요도를 넓히는 최소침습적치료법은 증상 개선 효과가 떨어지고 재시술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수술에 따른 고통 등 여러 가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

전립선비대증 치료법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과 약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 등을 생각하면 치료가 능사는 아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심혈관계질환과 연관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비만, 운동 부족,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심장에 무리가 가는 음식 섭취 등은 전립선비대증 발생률을 높인다. 만병의 근원인 흡연은 교감신경계를 교란하고 체내 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가져오므로 전립선비대증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전립성비대증을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연구 결과, 고칼로리 식단을 선호하면 전립선비대증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전립선비대증 가족력이나 위험 인자가 있다면 육류 섭취량을 줄이고 탄수화물 채소 과일 생선 등을 많이 먹는 게 좋다. 토마토 콩 마늘 등은 전립선 안의 활성효소를 억제해 전립선 건강에 좋다.

일단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받고 관찰 중이거나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면 몇 가지 지켜야 할 생활 수칙이 있다. 우선 소변을 오래 참는 것은 금물이다. 오랫동안 소변을 참으면 방광이 지나치게 늘어나고 힘이 없어져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같은 이유로 과음도 절대 안 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반드시 의사 진단을 받고 약을 먹어야 한다. 일부 감기약 성분이 전립선 요도와 방광 출구를 조여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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