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이 바쁘다. 도심의 하늘을 나는'빅에어(스노보드대회)'가 끝나자마자 19일부터 '2009 서울빛 축제'가 이어진다. 내년 2월까지 광화문 광장의 주변건물 벽과 거리와 하늘에 화려한 빛과 영상물이 넘치는 거대한 복합야외영화관으로 바뀐다. 플라워 카펫을 거둬낸 자리(6,900㎡)에는 대형 아이스링크 3개와 얼음 길이 조성된다.
서울광장도 크게 달라진다. 광화문 광장이 '서울빛 축제'를 시작하는 날부터 거대한 남극으로 변신한다. 세종과학기지를 재현한 4개 전시동과 대형빙벽과 바람을 느껴보는 체험관으로 '겨울이야기"를 2월15일까지 들려줄 예정이다. 광장 남쪽에서는 또 다른 축제인 '세계 디자인 수도 서울이야기'가 벌어진다. 내년 서울이 세계디자인 수도의 지위를 부여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각종 디자인 체험관을 세우고 미디어 쇼를 펼친다.
축제는 도시를 활기차게 하고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사다.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30만명의 시민에게 볼거리를 준 빅에어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져온 도심 속의 이색 축제였다. 서울빛 축제나 겨울이야기, 디자인 수도 서울이야기 역시 나름의 의미와 새로움을 가진 축제임에는 틀림없다. 연말연시 분위기와 계절에도 어울린다. 단순히 보기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시민들이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서울시는 거리와 지하철, 고궁, 체육관, 그리고 광장에서 연일 화려한 축제를 벌인다. 시민들에게 보다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수도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홍보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인정하다 해도 너무 지나치고 낭비적이다. 실체보다는 이미지, 소박하고 따뜻한 위로보다는 화려한 외양에만 집착하는 듯한 모습이다. 전시행정, 포장행정의 상징이라는 비판도 축제가 도시의 그늘을 더욱 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이다.
축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늘 눈앞에서 사라지고 마는 화려한 환상만을 좇는 행사여서는 안 되며 문화적 품위와 깊이를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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