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가드 박찬희(189.5cmㆍ경희대)와 정통 포인트가드 박유민(182.9cmㆍ중앙대). 정통센터 하재필(199.7cmㆍ고려대)과 민성주(200cmㆍ연세대). 내년 시즌 프로에 데뷔하는 이들 예비 새내기들은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대어급이다.
그러나 내년 2월3일 열리는 2010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장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신인드래프트장에 대학 관계자 뿐만 아니라 드래프트의 주인공인 선수들의 참석을 막겠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KBL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인드래프트 결과를 해당 선수에게 문자메시지 혹은 전화로 개별통보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드래프트 직전 열리는 트라이아웃도 모두 폐지했다. 명목은 선발된 선수와 탈락한 선수 간의 위화감 조성을 방지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KBL로서는 올시즌 신인드래프트 때 대학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단체 행동을 하면서 파행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싶을 지 모른다. 그러나 결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대학연맹 측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농구계 전반의 여론 파악도 없이 '이사회'라는 밀실행정을 통해 은밀하게 강행한 데 대해서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다.
대학농구연맹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KBL이 트라이아웃 폐지 및 드래프트 참가 제한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농구연맹 측에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프로구단 관계자들도 적잖이 반발하는 눈치다. A구단 관계자는 "구단과의 사전 협의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이사회 안건이라고 내놓더라"라며 황당해했다.
드래프트 파행을 막으려면 프로구단과 대학이 충분한 대화로 풀어야 한다. 밀실 행정의 또 하나의 걸작품 '선수 없는 신인드래프트'. KBL의 갈지자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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