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 결혼 적령기 남성 10명 가운데 2명은 혼자 살아야 한단다.
남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최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내놓은 이 보고서에 적잖이 놀랐다. 남녀 초혼 연령을 근거로 산출한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2014년엔 여성보다 19.9%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아이가 결혼할 나이쯤 되면 이 차이가 과연 어떻게 될까 모르겠다.
보고서는 성비 불균형의 원인으로 여전히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남아 선호 사상을 꼽았다. 학계에선 여아 100명당 남아 수 103∼107명 정도까지는 정상 성비로 본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셋째 아이의 출생 성비는 115.8, 넷째 아이 이상은 123.9였다.
생물학적으로 성별을 결정하는 건 잘 알려져 있듯 Y염색체다.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 한 쌍 중에 Y가 있으면 거의 대부분 남자(XY)가, 없으면 여자(XX)가 된다.
아주 드물게 생기지만 성염색체를 X 하나만 가진 사람(XO)도 있는데 이 경우 외모는 여성에 가깝다. 성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사람(XXY)은 남성과 모습이 비슷하다.
이쯤 되면 Y염색체가 뭔가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X는 여성 염색체, Y는 남성 염색체라고 단순하게 나눠 생각하기도 쉽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많은 남성적 기능이 X염색체에서 이뤄진다. 한 예로 남성의 전립샘암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바로 X염색체에 존재한다. 정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여러 유전자도 X염색체에 있다고 알려졌다.
2003∼2005년 과학자들은 X와 Y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가운데 실제로 활동하는 게 얼마나 되는지를 밝혀냈다. X에는 활성 유전자가 1,100개나 있는데 비해 Y에는 40개밖에 없었다.
활동하지 않는 유전자는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Y염색체가 성별을 나누는 임무에 매달리는 동안 X염색체는 다른 더 많은 생명 현상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생물학계는 Y염색체에서 X염색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X염색체의 무게는 1000조분의 169g 정도. 사람 몸을 이루는 세포가 20조개라고 치면 남자는 약 3.4g, 여자는 그 2배만큼의 X염색체를 갖는다.
이와 관련 있는 질병도 다발성경화증 낭창 혈우병 갑상샘염 근이양증 등 속속 밝혀지는 추세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임상해부학자 데이비드 베인브리시는 그의 저서를 통해 "Y염색체는 성별을 결정하고, X염색체는 생존을 좌우한다"고도 했다.
과학계는 이럴 진데 한국 사회는 아직도 Y염색체를 선호하는 쪽으로 편향돼 있다. 우리 아들들의 삶은 Y보다 X염색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X염색체를 아들에게 전해 준 건 아빠가 아니라 엄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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