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비바람에
마침내 꽃이 누웠다
밤내 신열에 떠 있다가
나도 푸석한 얼굴로 일어나
들창을 미느니
살아야지
일어나거라, 꽃아
새끼들 밥 해멕여
학교 보내야지
● 아침마다 밥을 잘 얻어먹고 학교를 다녔지요. 사실은 왜 학교에 가야만 하는지도 모르고 등교했어요. 그냥 다른 사람들도 다 다니니까 나도 다녀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내 나이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밥이라는 건 거기 늘 차려져 있는 것이고, 그 밥을 먹고 나면 학교에 간다는 사실. 그건 지구의 자전처럼 명확하고도 분명한 질서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엄마가 병에 걸리셨어요. 얼마간 나는 혼자서 밥을 차려먹었지요.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학교는 다녀서 뭣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낙천적인 구석이 남아 있다면 그건 밥 해먹여서 학교 보내주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인가 봐요(그러니 반찬 투정은 조금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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