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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 23명 인사 '이재용 시대' 개막/ 50대 CEO 대거 발탁…스피드 경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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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사장단 23명 인사 '이재용 시대' 개막/ 50대 CEO 대거 발탁…스피드 경영 예고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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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능력을 보여줄 기회와 책임이 함께 주어졌다."

15일 삼성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에 대한 재계의 평이다. 이 전무는 이날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내정됐다. 통상 COO는 최고경영자(CEO)를 보좌하며 일상적인 경영 관리 업무를 맡는다. 그러나 CEO를 대신할 때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7개의 독립적인 사업부 중심 체제로 개편되면 COO의 역할은 더 커진다. 사업부간 업무 조정 등도 COO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이 신임 부사장 입장에서 보면 본격적인 내부 경영 참여라는 의미도 갖는다.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상무보와 상무를 거쳐 2007년 최고고객책임자(CCO) 전무가 됐지만 주로 대외 활동에만 치중했다. 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된 지난해 4월 이후엔 CCO 자리도 내 놓고 국내외 사업장과 글로벌 주요 거래처를 돌며 '백의종군'했다. 그러나 이제 COO로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안살림에 직접 관여하게 된 것이다. 이 신임 부사장은 이제 본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이에 따른 책임도 일정 부분 지게 된 셈이다.

최지성 사장 단독 CEO로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의 내정이다. 그는 이제 부품과 세트로 나뉘어진 '한지붕 두가족'의 삼성전자가 아니라 원톱 체제로 바뀌며 더 빨라지고 강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전자의 단독 수장이다. 업계에선 최 사장이 삼성전자의 7개 사업부를 모두 총괄하게 된 것을 두고 "문과생이 정보기술(IT)기업 삼성전자를 천하통일한 것은 이변"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실 몇년전 그가 반도체나 휴대폰에 비해 열세였던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사장일 때만 해도 그가 삼성전자의 최고 권좌에 앉게 될 것이란 관측은 적었다. 그러나 그는 이기태 전 부회장과 황창규 전 사장 등 쟁쟁한 인물들이 낙마하는 와중에도 올해초 이윤우 부회장과 삼성전자를 양분한 데 이어 이젠 삼성전자의 전권을 행사하게 됐다.

물론 최 사장의 삼성전자 단독 CEO 임명이 주목을 끄는 것은 그가 이 신임 부사장의 최 측근이란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이재용 체제로의 재편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월에 이은 세대교체 인사

사실 이번 인사의 특징이 세대교체란 점도 이 신임 부사장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1월 대규모 사장단 인사를 통해서 세대교체를 시도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이상대(62) 삼성물산 부회장, 김징완(63) 삼성중공업 부회장, 이윤우(62)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반면 젊은 사장들은 대거 발탁됐다. 사장 승진자 10명중 55세 이상은 단 한 명이다.

삼성은 그러나 신구의 조화도 고려했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을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김 신임 부회장에게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브라운관 중심의 디스플레이 회사를 2차 전지 비즈니스를 축으로 하는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과감히 환골탈태 시키는 신화를 이뤘다. 이제 그는 '이재용 시대'의 미래 신수익원을 발굴하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연륜과 경험의 김 신임 부회장은 또 이 신임 부사장에게 '멘토'로서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신임 부회장의 역할

한편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도 주목된다.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삼성전자의 곳간을 지켜온 최 사장은 1월 삼성카드 사장으로 이동한 데 이어 다시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그의 승진 배경에 대해 삼성은 "고객과 시장 중심 경영철학으로 업무 표준화를 추진했고, 자산 건전성 제고와 수익성 개선에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로 삼성은 더 젊어지고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실적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인사 원칙을 바탕으로 회사의 위상을 강화하고 성장동력 발굴에 기여한 부사장이 대거 승진됐다"며 "특히 혁신과 도전을 선도할 수 있는 패기있는 인물들을 중용한 만큼 조직 분위기가 일신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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