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의 현실이 꿈과 자진모리 장단의 사설로 풀려 나온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는 20~30대 비정규직 인생을 그린 '오늘, 오늘이'를 공연한다. 제주도의 무속 신화 '원천강 본풀이'의 주인공을 이 시대로 불러냈다.
한 고시원이 무대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얼짱이, 10년째 사법고시 준비 중인 고시남, 걱정은 혼자 도맡아 하는 총무 걱정이 등 3명이 살고 있는 원천강고시원. 재생과 환생을 주제로 하는 '원천강 본풀이'의 내용이 21세기를 사는 그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다. 1명씩의 고수와 명창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판소리 무대가 3명의 소리꾼이 주고 받는 판으로 확장됐다는 사실은 기존 판소리 무대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역동성을 제공한다.
이 무대는 판소리의 버전업을 꿈꾼다. 2007년 부카레스트국제연극제 등 해외의 축제 마당에서 영문 자막 공연을 펼치는 등 타루가 그동안 벌여온 활동의 현재다. 2004년 '가믄장 아기'로 그 해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타면서 꾸준히 벼려져온 무대다. 영문 자막이 동시 제공되는 이번 공연의 금ㆍ토ㆍ일 무대는 이 작품이 세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판소리 '적벽가' 이수자 이소연, 국립극장의 '차세대 명창'으로 선정된 권송희 등 두 명의 여성 소리꾼과 2007년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에 입상한 김성환 등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거문고, 해금, 가야금, 아쟁, 타악 등을 다루는 5명의 악사가 대동하니 한 판의 창극 무대가 부럽잖다. 고순덕 작, 박진희 연출. 15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화~금 오후 8시, 토 3시 7시, 일 3시, 24일 4시 7시. (02)6381-450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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