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경기도소방학교. 한국내화건축자재협회 연구원들이 '샌드위치 패널 실물 화재 비교시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그라스울(유리섬유) 등 3가지 종류의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임시 건물에 차례로 불을 붙였다.
10초도 안돼 스티로폼 패널 건물에서 희끄무레한 연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고 2분이 지나자 지붕 강판을 뚫고 시꺼먼 화염이 치솟았다. 우레탄폼 패널로 만든 건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반면 그라스울 패널은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 불길은 퍼지지 않았고 15분 동안 진행된 시험이 끝난 다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안형진 협회 부장은 "냉동창고 10곳 중 8곳 이상이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쓰고 있다"라며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은 몇 분 안에 위독 가스가 퍼져 대형 인명 피해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 유기 물질들이 내부마감재로 주로 쓰이고 이로 인해 화재 때 대형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창고 내부 마감재와 관련한 건축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스티로폼, 우레탄폼 등이 건축물의 내부 마감재로 80% 이상 쓰이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 이후 스티로폼, 우레탄 등 유기 물질 대신 글라스울 등 무기 물질을 내부마감재로 80% 이상 쓰고 있다.
특히 불이 나도 금방 발견하기 힘들고 불에 타는 물질이 많이 있는 물류창고 수가 늘면서 이에 따른 대형 화재에 대한 걱정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달에만 경기 안산시과 이천시에서 유기물질을 패널로 쓴 공장 두 곳에서 대형 화재가 일어났다. 지난해 1월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 창고 화재도 폴리우레탄이 불에 타면서 유독 가스와 화염으로 소방대원의 진입이 불가능 했고 피해가 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을 다루고 있는 내부 마감재료 기준에서 ▦1층 이하, 1,000㎡ 이하인 공장 용도 65개 업종의 건축물 ▦화재 위험이 적은 공장 용도 ▦화재 때 대피 가능한 출구 갖추는 등 조건을 갖추면 난연(難然) 이상의 내부 마감재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하지만 관련 법 개정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국토해양부는 창고 시설의 방화구획 설치를 강화하고 내부 마감재료 사용을 제한하는 등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5월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별도의 마감재 사용 제한 규정이 없는 창고에 대해서도 4,000㎡ 이상 창고는 내부마감재를 의무적으로 그라스울 등 난연 이상의 재료로 사용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건축자재 생산 업종 사이에 이해 관계와 관련 업계의 반발 등으로 관련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화재소방학회 허만성 교수(우송정보대)는 "큰 불이 날 때마다 스티로폼, 우레탄폼으로 만든 샌드위치 패널 문제가 제기되지만 그 때 뿐"이라며 "스티로폼, 우레탄폼은 화재 피해를 막는데 있어 글라스울에 비교해 큰 차이가 있는데도 가격 차이가 많고 시공이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사용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용인=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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