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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때아닌 남자배우 기근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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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때아닌 남자배우 기근 현상?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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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제작 준비 중인 로맨틱 코미디인 일명 '시라노 프로젝트'는 당초 내년 밸런타인데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의 시기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오래 전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음에도 남자 배우 캐스팅이 늦춰지면서 6개월 가량을 흘려 보냈다. 충무로 일급 배우들이 모두 전쟁영화나 스릴러, 누아르 등 이른바 '남자영화'에 '차출'되었기 때문이다.

'시라노 프로젝트'는 '광식이 동생 광태'와 '스카우트'로 호평을 받은 김현석 감독의 기대작.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남자영화들이 몰려 얼굴 되고 연기력 되는 남자 배우들을 쉬 찾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충무로가 남자 배우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제작 편수는 급격히 줄어드는 양태지만 남자 위주의 영화에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다. 군에 입대한 조인성과 조승우 등 걸출한 스타 배우들의 빈자리도 크기만 하다. 충무로 한쪽에서는 남자영화로의 지나친 집중이 결국 제살 깎아먹기 상황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충무로가 준비하는 전쟁영화는 무려 7편이다. '포화 속으로'(감독 이재한)는 차승원, 권상우, 김승우가 출연하고, 강제규 감독이 할리우드와 손잡고 찍을 '디데이'는 장동건을 점찍었다. 100억원 대의 제작비를 들여 대규모 '남자 배우 징집'이 예상되는 '아름다운 우리'(감독 곽경택)와 '고지전', '연평해전'(감독 백운학), '빨간 마후라', '서부전선 이상 없다'도 촬영 대기 중이라 남자 배우 고갈 현상은 더욱 심해질 분위기다. 급기야 TV 전쟁드라마 '로드 오브 원'은 소지섭을 데려갔다.

이미 캐스팅이 완료됐거나 촬영에 들어간 누아르와 스릴러도 남자 배우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스릴러인 '아열대의 밤'(감독 김지운)은 최민식을, '아.저.씨'(감독 이정범)는 원빈을, '파괴된 사나이'는 김명민을 선택했다. 누아르 '황해'(감독 나홍진)는 하정우와 촬영 중이며, '밤안개'(감독 이현승)는 송강호와 함께한다. '무적자'(감독 송해성)는 송승헌,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등 주연급을 네 명이나 끌어 모았다. '부당거래'(감독 류승완)는 황정민과 출연계약을 마쳤고, '해결사'는 설경구를 고용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제작사들은 남자 배우 구인난에 시달리고, 여자 배우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쟁영화, 스릴러, 누아르 등 어두운 남자영화들이 불황기에 제대로 먹힐까 우려된다"며 "특정 장르에만 제작이 몰리는 시장의 왜곡 현상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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