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미쓰비시UFJ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내년 일본 경제는 수출 정체와 원유가 상승으로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쓰비시(三菱)UFJ증권 미즈노 가즈오(水野和夫ㆍ56)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4일 일본 포린프레스센터가 마련한 '2010년 일본 경제 전망' 설명회에서 일본 경제가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한 후에 다시 침체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된 일본 경제는 올해 3월 바닥을 치고 생산과 기업수익이 개선되고 있다. 재고 조정이 마무리된데다 9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가가 지난해 2분기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한 덕분이다.
하지만 미즈노씨는 "원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에는 기업의 교역조건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익 폭이 줄더라도 수출을 늘리면 보완이 가능하지만 "관건인 미국의 내년 추가 경기부양책에는 한계가 있어 수출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12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에서는 제조업의 내년 3월 경기 판단 지수가 3기 연속 개선됐지만 개선폭은 감소세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경기 악화를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았다.
미즈노씨는 1970년대 중반 석유위기 이후부터 성장이 한계상황을 맞은 일본은 공공투자 확대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이를 해소해왔지만 이마저 한계에 부닥쳤다고 본다. "인구 1억 이상 국가 중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라며 "앞으로는 추가 성장보다 현재의 GDP 규모 유지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즈노씨는 이를 위해 일본의 향후 성장 전략으로 '남유라시아ㆍ오세아니아 공동체'를 제안했다. 동아시아공동체도 좋지만 "일본과 한국은 기술은 있으나 자원이 없다"며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를 포괄하는 경제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신흥국 중산층을 겨냥한 수출을 확대하고 지구 온난화가스 감축 목표에 따른 탈화석 연료화 정책을 적극 실시할 경우 2020년까지는 1%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즈노씨는 "하토야마 정부가 성장전략이 없다고 비판 받지만 '동아시아공동체' 와 '온난화 가스의 적극적인 감축'이야말로 최대의 성장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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