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힘은 역시 사람이다. 제아무리 대의가 명징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부질없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하물며 나눔이랴. 한국야쿠르트의 나눔 경영은 그 이치를 정확히 꿰고 있다. 나눔의 중심에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1975년 사내 봉사단체 '사랑의손길펴기회'를 조직했다. 일단 입사를 하면 회원으로 가입하고, 매달 급여의 1%를 기금으로 내는 방식이다.
열 숟가락의 밥이 모여 한 그릇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신은 35년간 2,500곳을 도왔다. 금액으로 따지면 350억원이 넘는다.
밥(물질)만 모아 나눈 게 아니다. 단위 조직으로 편성된 26개 위원회는 전국 곳곳을 사랑으로 어루만지고, 위원회마다 매달 1회 이상의 봉사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도 모이는 덕에 매년 새로운 테마를 정해 나눔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의 테마는 '소외된 아동 보호.' 각 위원회 별로 고아원, 소년소녀가장 등 생활 여건이 열악한 시설의 아이들과 장애인보호센터의 지체장애아를 먼저 살피고 있다.
봉사 아이디어는 차고 넘친다. 지난해에는 '희망동전 모금운동'을 했다. 전 임직원(1,750명)이 작년 4월 각자 빈 저금통을 받은 뒤 약 8개월간 자투리 동전을 모았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전하자는 취지였다.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되듯 1원짜리 100원짜리 동전을 한데 모아보니 무려 1,149만7,864원. 여기에 회사가 500만원을 더 보태 기아대책본부에 전달했다.
올 한가위에는 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의 떡'을 나눠줬다. 직원들이 직접 재료를 준비해 빚은 송편을 나누는 참여형 봉사활동이었다. 더불어 임직원 및 야쿠르트 아줌마 500명은 서울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해 사회복지시설 14곳의 7,000명에게 떡을 대접했다.
한국야쿠르트 하면 떠오르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올해(11.8~16)도 어김없이 열렸다. 다만 신종 인플루엔자의 기세를 피해 서울시청광장 대신 충남의 논산공설운동장을 택했다. 지독한 바이러스도 나눔의 바이러스를 당해내지 못한 셈이다.
단일 행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번 김장엔 배추와 무가 200톤, 양념이 70톤 사용됐다. 5톤 트럭을 54대나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김장엔 야쿠르트 아줌마 부대와 양기락 사장까지 나섰다. 무려 12만 포기를 담갔다.
재료도 알뜰하게 살펴 준비했다. 배추와 무는 행사가 열린 충남 논산 지역에서 계약 재배된 것이고, 양념으로 쓰인 생굴은 여수, 젓갈은 강경, 천일염은 신안에서 공수해왔다. 이밖에 밤 잣 대추 등 우리 농수산물 20여종을 양념으로 썼다. 물론 야쿠르트 아줌마의 손맛도 더했다.
사랑의 김장김치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직접 전국의 홀로 사는 어르신과 소년소녀가장 등 2만5,000여 가구에 전달한다. 수혜대상자는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평소 돌아다니면서 눈 여겨 본 어려운 이웃들이다. 용기마다 5포기가량의 김치가 들어있어 가족이 1, 2명 정도인 이웃들이 한겨울을 나기엔 넉넉한 양이다.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2001년 부산지역에서 시작돼 2004년 수도권으로 확대됐다. 2005년부터는 전국 6개 도시에서 동시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는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논산에서만 진행했다.
양기락 사장은 "창립이래 40년 가까이 꾸준히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기업이윤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의 창업이념은 '건강 사회 건설'이다. 몸뿐만 아니라 나눔을 통해 마음까지 건강해지자는 뜻일 게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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