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정보기관은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알 카에다 조직원이 100여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독자적인 작전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직이 축소된 것이다. 게다가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은 지난 몇 년 동안 미동도 않고 있다. 그렇다면 9ㆍ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 카에다 소탕을 위해 미국이 벌인 아프간 전쟁은 성공에 근접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알 카에다는 무슬림 문화권에 확산되는 반미 정서에 편승해 각국 자생 무장세력을 알 카에다 브랜드 하에 흡수하는 소위 프랜차이즈 전략을 통해 전세계로 세력을 뻗어나가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곳은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조만간 알 카에다 지도부가 동아프리카로 근거지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일련의 테러는 알 카에다 프랜차이즈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8일 무려 127명의 사망자를 낸 이라크 바그다드 정부 건물 테러 사건은 알 카에다 지지 세력인 '이라크 이슬람국가'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직은 지난 8월 이후 이라크에서 발생한 세 건의 테러 모두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3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 한 호텔에서 발생, 장관 3명을 포함해 57명이 목숨을 잃은 테러 역시 알 카에다 산하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 알 카에다가 무장 반군 측에 소말리아 과도 정부에 대한 새로운 공격 개시를 명령한 직후 발생했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와 공조하는 테러조직은 현재 이집트, 리비아, 예멘, 이라크, 알제리, 말레이시아 등에 산재해 있다.
이들 공조 조직은 당초 부패 정부에 대항하는 애국적 무장조직으로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9ㆍ11 이후 미국이 모든 이슬람 조직을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면서 자연스레 반미로 돌아섰고, 더 조직화된 전술을 지닌 알 카에다와 협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알 카에다 지도부와의 관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산하 조직은 독립성을 지니며 알 카에다로부터 조언과 훈련 또는 금전적인 도움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들 프랜차이즈 조직이 특히 북ㆍ동 아프리카에서 세를 강화하면서 유럽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테러도 예상되고 있다. 특히 알제리의 이슬람 마그레브가 알 카에다와 손을 잡으면서 유럽 내 무장세력과 알 카에다의 연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하듯 2007, 08년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서 아프리카 출신 테러 용의자가 체포됐다.
정부 통제가 약한 아프리카국으로 아프간 내 알 카에다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그 대상으로 소말리아와 예멘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미 수십 명의 아프간 조직원이 소말리아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미군 고위관계자는 NYT에 "빈 라덴이나 자와히리 같은 지도자가 이동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알 카에다 지도부와 소말리아 예멘 내 조직과의 연락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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