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새해 용왕매진(勇往邁進)!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새해 용왕매진(勇往邁進)!

입력
2009.12.16 00:50
0 0

교수신문에서 2009년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규정짓는 사자성어를 뽑아 달라고 한다. 또 한 해가 저문다. 파란만장한 한 해다.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김대중 두 분의 대통령께서 돌아가셨고 나라 안팎에서 많은 분이 유명을 달리 했다. 용산참사와 평택 노사분규 등이 이어졌고, 전대미문의 세계 금융위기로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린 채 시작된 한 해였다.

불확실성 더욱 큰 2010년

물론 좋은 일도 많았다. 김 추기경 선종을 애도하는 물결은 왜 우리가 아직 이 땅에 살 이유가 있는지 보여주었다. DJ 서거를 함께 슬퍼한 국민은 갈리고 찢겨도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야구대표팀과 스포츠 스타들의 행진은 일본 한복판 요요기 경기장에 일장기를 좌우에 거느리고 태극기가 오르는 장관을 연출한 김연아 선수의 쾌거로 마무리됐다. 어떤 사자성어로 이 한 해를 온전히 말할 수 있을까.

1987년 기준으로 우리 민주주의는 이제 5대 째다. 결코 짧지 않지만 길지도 않다. 그 동안 우리가 겪은 것은 격동 그 자체다. 세계 어디에 이렇게 짧은 기간 그렇게 많은 일을 겪은 나라가 있을까. 세계사의 변방을 맴돌다 G20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돋움한 게 반세기 남짓 만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민주주의도 비틀거리면서도 제 길을 걷고 있으니 가상하다. 도저히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오늘의 우리가 되었다. 그러니까 달리는 호랑이 등 뒤에 타고 앉아서도 막걸리 한잔으로 브라보!

2010년 새해는 순탄치 않을 것 같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부가 한꺼번에 펼쳐 놓은 메가 이슈들도 그렇지만 경제위기 극복과 출구전략, 지방선거와 개헌, 한반도정세 변화, 남북 정상회담 등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진을 치고 있다. 또 다시 격랑의 한 해가 호랑이처럼 으르렁댄다.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2010년 또한 그 어떤 사자성어도 충분치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2009년을 마무리하며 추스르고픈 소망의 편린들이 있다. 무엇보다 경제가 제대로 회복돼 서민의 삶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핵심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다.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고 다른 경제지표가 개선돼도 두 가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특히'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해야 한다.

내년은 선거와 개헌으로 야단법석이 될 공산이 크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했지만 국정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단임제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딜레마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남북관계는 핵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남한에 의존하는 것이 북한에게 여러모로 득이 된다는 사실을 잘 납득시켜서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집권 3년 차는 부쩍 자주 시계를 보게 되는 시기다. 속도전의 강박 관념이 심해질수록 우시호행(牛視虎行)보다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주문한다. 다음 정권에 넘길 것은 넘긴다는 허심탄회한 자세가 필요하다.

스스로 용기 북돋우길

야당이 믿음직한 대안으로 변모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골수 지지자만 보고 설교하는 야당이 아니라 악조건에서도 더 나은 대안을 찾아 정책으로 승부하는 야당, 돌아선 사람들을 설득하는 여유를 지닌 야당을 보고 싶은 아줌마 아저씨 오빠 부대가 많다. 이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선진국 정치이다. 야합이라 매도 당할까 두려워 말고 타협할 건 타협하자. 그러다 보면 기회는 온다. 제발, 머리띠 두르고 고함 지르는 길거리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걸 깨닫기 바란다.

새해는 이미 저만치 와 있다. 나이 들수록 새해 기대와 희망이 흐릿해지니 사자성어도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불끈 용기를 내어 한 마디, 다시 한 번 용왕매진(勇往邁進)!

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