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기 국가주석으로 유력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4일 일본을 방문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회담을 열고 양국의 전략적인 호혜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 부주석는 16일까지 일본에 머문 뒤 한국, 미얀마, 캄보디아를 순방한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후계 면모를 일찌감치 과시하려는 의도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토야마 총리와 시 부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동아시아 안전보장과 지구온난화 등 양국간 협력 과제를 폭넓게 논의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회담 모두에 "차세대 지도자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중일 양국은 전략적 호혜관계인데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시 부주석의 힘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에서도 중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이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오랜 기간 중일 관계를 중시해 양국 관계의 발전에 중요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방문에서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또 "이번 방문과 관련해 하토야마 총리와 일본 정부가 빈틈 없이 준비해준 데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중국 측이 충분히 시간 여유를 두지 않고 신청한 일왕 면담을 일본 정부가 성사시켜 준 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하토야마 총리와 시 부주석은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일 협력과 우호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세계경제 침체, 지구온난화, 청소년 교류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하지만 일본 여론은 시 부주석의 15일 일왕 면담을 하토야마 정부가 무리하게 성사시켰다는 비판론으로 들끓어 '손님' 맞는 표정이 그다지 화기애애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민주당 정권이 자신들을 위해 (면담 신청 기한 1개월)룰을 깬 것은 천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아베 전 총리)이라고 비난했고 여당 일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는 "중일 관계 발전을 위해 (면담은)큰 의미가 있다"며 "판단에 잘못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면담 요청을 비판한 궁내청 장관에 대해 "내각 일개 부처의 일개 공무원이 내각 방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려면 사표를 낸 뒤에 해야 한다"고 사실상 사임을 요구했다. 오자와 간사장은 자신이 면담 주선에 간여했다는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며 "1개월 룰을 누구 만들었나. 그게 법률이냐. (일왕의)국사행위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따라 행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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