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방향으로 양화대교를 건너가다 2시 방향에서 거대한 굴뚝 두 개를 보았다. 희디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지 않았다면 여느때처럼 그냥 스쳐지났을 것이다. 연기는 수직으로 피어오르지 않고 옆으로 흘렀다. 제법 센 바람이 불고 있는 듯했다. 아주 오래 전엔 이렇게 굴뚝의 연기 모양만 보고도 날씨를 예측하곤 했다.
당인리 발전소는 1924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끔 그 앞을 자동차로 지나치곤 했지만 이렇듯 거리를 두고 보기는 오랜만이었다. 냉장고나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이곳의 전력으로 서울의 모든 집들이 등을 밝혔다. 오래 전 1, 2, 3호기는 폐기되었고 지금까지 연기를 뿜고 있는 굴뚝 두 개는 4, 5호기의 것이다. 그나마 그 둘도 수명을 다해 2012년이면 폐기될 예정이라고 한다. 점심을 먹고 홍대 주위를 산책했다.
예전 이곳엔 당인리 발전소까지 석탄을 실어나르던 철로가 있었다. 한쪽은 공원이 되었고 남은 한 곳은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은 상가가 되었다. 이곳을 지나 당인리 발전소에 도착한 열차는 시꺼먼 석탄을 가득 부려놓았다. 분진 때문에 한때 대기오염의 진원지라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던 당인리 발전소. 이제는 서울 전력 소비량의 3. 2%만을 공급하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비가 올까? 굴뚝의 연기가 옆으로 흐르면 꼭 비가 오곤 했었는데….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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