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가 '다수당 상임위원장 독식 추진' 논란으로 뜨겁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13일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다수당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 방침을 밝히자 민주당이 "독재적 발상"이라며 발끈했다.
여야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외국 사례를 동원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가 모델로 제시한 나라는 미국. 대통령제인 미국은 1석이라도 많은 다수당이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장과 소위원장을 차지한다. 전통적인 책임정치 문화 때문이다. 언제라도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소수당 역시 이를 관행으로 받아들인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 역시 다수당이 대부분의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단 재정위원장만은 야당이 차지한다. 행정부의 재정권을 의회가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에 따른 것이다.
반면 의원내각제인 영국, 독일은 정당 의석 비율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한다. 일본은 1991년 야당인 사회당의 참의원 승리를 계기로 여야 합의에 따른 배분 방식으로 변경됐다. 또 영국(공공회계위원장) 독일(예산위원장) 일본(예산위원장) 등에서는 야당이 예산 및 회계 관련 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정희 · 전두환 정권 시절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으나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구조가 된 뒤로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제헌의회부터 5대 국회까지는 독식과 배분이 번갈아 이뤄졌다.
물론 우리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 배분 규정이 없다. 따라서 다수당이 밀어붙이면 모든 위원장을 차지할 수도 있다.
13대 국회 이후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특히 야당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다시 다루는 법사위원회 위원장 확보에 주력했다.
여야가 바뀌면 입장도 180도 달라지곤 했다. 17대 국회 당시 소수당이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중요 상임위를 다 먹겠다고 하는데 해도 너무 한다"(2004년 6월 당시 김덕룡 원내대표)고 반발했다. 민주당도 18대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자 "야당 몫인 법사위원장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2008년 7월 당시 원혜영 원내대표)고 맞섰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미국식 독식 제도에는 책임정치 효과가 있다"면서도 "과연 여소야대로 입장이 바뀌었을 때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재용 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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