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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 끌려갔던 고려인 애환, 카자흐서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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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 끌려갔던 고려인 애환, 카자흐서 영화로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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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강제이주의 애환이 서려 있는 카자흐스탄에서 그들의 강제이주 상황과 이후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독립 20주년(2011년)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 영화여서 더욱 관심을 끈다.

올해 9월 촬영을 시작한 '사람들의 땅'이라는 제목의 카자흐 독립20주년 기념영화는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이 형성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2시간 20분 동안의 상영시간의 전체 틀이 고려인들의 강제 이주와 정착에 중점을 두고 있어 한국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고려인으로 카자흐의 저명한 문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송 라브렌티(68) 선생이 시나리오를 쓴 것을, 카자흐 정부가 채택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

영화의 시작은 1937년 시베리아 횡단 증기 화물 열차의 긴 행렬이 카자흐 우슈토베 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한 달 이상을 열차를 타고 실려온 고려인들은 겁 먹은 표정으로 설원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번 영화에서 고려인들의 수장인 '영진 아바이(김영진)'역할을 맡은 안창현(49) 카자흐스탄 국립예술아카데미 교수는 "최근 함박눈이 내리는 가운데 강제이주 열차에서 고려인들이 겪은 고통들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열차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모습이 추가되는 등 즉석에서 촬영 분량을 늘릴 정도로 감동적인 모습을 담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 당시 고려인들은 열차 안에서 1만명 가량이 사망하는 등 고난의 여정을 겪어야 했다.

영화는 이후 챙겨온 볍씨로 카자흐에서 최초의 쌀 재배지역을 만드는 등 정착하고 발전해가는 고려인들의 삶도 담고 있다.

안 교수는 이 영화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인(한국 국적) 배우이며, 다른 이주 고려인 역할은 현지 고려인 연극단원들이 직접 맡았다. 카자흐에는 현재 10만명 가량의 고려인이 있으며, 이들은 전체 인구의 0.7%에 불과하지만 사회 각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고려인 강제이주는 스탈린이 "고려인들이 일본의 첩자 노릇을 한다"는 명목으로 지시해 1937~1939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현재 중앙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고려인들은 50만명 가량에 이른다.

안 교수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고려인 강제이주'라는 말 대신 '고려인 정주'라는 말을 쓰는 등 역사적 상황을 왜곡하는 시도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내년 10월~2011년 초에 개봉될 예정이며, 각종 국제영화제 출품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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