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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이 희망이다/ <하> 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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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이 희망이다/ <하> LG전자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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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말 LG전자 휴대폰 사업부 직원과 인사이트마케팅 팀원들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LG 휴대폰의 현지 점유율 상승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수 개월 동안의 현장 조사에선 풀터치스크린에 대한 젊은 층의 높은 선호도가 발견됐고, 현지 경제 사정을 감안해 저가(200달러 미만)의 풀터치폰 제작 결정을 내렸다. 이런 방식으로 각 지역의 특색을 포함시킨 쿠키폰은 유럽 및 아시아 등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이달 초 LG전자의 다섯 번째 텐밀리언셀러(1,000만대)로 등극했다.

#2008년말 인도 냉장고 시장에서 히트상품에 오른 LG전자의 '야채 칸' 역시 현지화 전략이 적중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LG전자는 현지 가정집에 허락을 얻어, 몇 개월씩 CCTV를 설치해 놓고 관찰한 끝에, 신선한 야채 보관이 현지 주부들의 최대 관심사란 사실을 알고 이를 제품에 반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야채 칸'은 고객 가치를 보다 더 높이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든 산물이었다"고 전했다.

라이프스타일 꼼꼼히 관찰·연구해 제품 반영 '대히트'

印尼선 고객만족도 서비스 강화해 가전 전부문 석권

LG전자의 맞춤형 현지화 전략은 시ㆍ공간을 초월한다. 현지 주민들의 각 가구당 소득에서부터 경제 상황은 물론이고 종교와 습관, 미풍양속 등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라이프스타일 연구는 기본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고객들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최근 임직원들과의 대화에서"언어보다 중요한 문제가 각국의 문화와 사고방식, 정서 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라고 강조한 것에서도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휴대폰, 맞춤형 현지 특화 전략 적중

2005년10월,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시킨 메시징폰 '브이'도 대표적인 현지 특화 모델이다. 미국 젊은이들이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등의 사용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 휴대폰에 컴퓨터(PC)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나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폰에 주로 탑재됐던 쿼티자판을 일반 휴대폰에도 적용시켰다.

'브이'를 포함해 그 해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35만대의 누적판매량을 보였던 LG전자의 메시징폰 시리즈는 2006년 60만대로 증가하더니 2007년엔 270만대로, 2008년엔 1,270만대까지 폭증했다. 미국 현지 휴대폰 시장에서 터줏대감으로 군림해 온 모토로라의 아성을 무너뜨린 계기를 마련한 셈이었다.

중남미 휴대폰 시장에서 뮤직폰을 출시하면서 LG 휴대폰의 인지도 상승을 이끌어 낸 것도 현지 고객의 눈높이에서 출발한 제품 개발에서 비롯됐다. 중남미 등 신흥지역에 거주한 15~27세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의 사용자가 별도의 MP3 플레이어 없이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 감상을 즐기는 것에 착안한 게 뮤직폰을 선택한 동기였다. LG전자는 이 같은 현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전문 오디오급의 고음질을 구현한 뮤직폰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집중화 및 전문화가 거둔 쾌거

LG전자 가전제품의 지역 집중화와 전문화의 결실은 올해 신흥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LCD 23%의 점유율로 2위에 머물렀던 LCD TV 시장은 올해 6월부터 1위로 도약한 이후, 9월까지 30%대의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또한 10월 상업용 에어컨과 모니터는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배, 2배 이상의 급증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올해 1~9월까지 제품별 시장점유율(시장조사시관 GfK 금액 기준)에서도 PDP TV 40%, LCD 모니터 38%, 오디오 32%, 냉장고 29%, 에어컨 34%, 세탁기 26% 등으로 선두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LG전자의 이 같은 선전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Go To Market'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품 구입 전, 매장 방문시, 구입 후 등의 3단계 분석을 통해 광고 및 마케팅의 선택과 집중, 판매원 역량 강화, 핵심지역 전용 매장 구축, 오지 서비스 지원을 비롯한 고객 만족도 서비스를 강화한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전국 21개 영업망과 40여개 서비스망을 갖춰 현지 가전업체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은 2006~07년 연속 인도네시아 '최우수 수출기업상'을 수상했으며 '08년 '최우수 투자기업상'을 획득했다. 올해에는 '베스트 콜센터'로도 선정됐다. LG전자 인도네시아 법인장 이기주 부사장은 "인도네시아의 성공은 현지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제품, 서비스, 마케팅이 이룬 쾌거"라며 "많은 인구와 소득 증가 등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현재 성공체험을 기반으로 국민 브랜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 LG전자 마창민 MC 마케팅전략팀장 "좀 비싸도 더 실용적인 제품이 팔려"

"입을 열지 않는 고객들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는 겁니다."

마창민(42)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마케팅 전략팀장(상무)가 밝힌 LG전자 고유의 인사이트 전략에 대한 설명은 고객에서부터 시작됐다.

"고객들이 불편해 하지않고,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먼저 찾아내 제품에 녹여내야 해요. 이게 LG전자가 추구하는 현지 맞춤형 지역 특화 마케팅 전략의 핵심입니다." 철저하게 고객 가치의 출발점과 도착점을 고객 욕구에 맞추겠다는 게 마 상무의 일관된 생각이다.

그는 LG전자가 인도 시장에 출시(2008년1월)했던 휴대폰(KP199) 모델을 인사이트 전략이 빚어낸 대표적인 모델로 제시했다. 이 제품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아 충전하기가 어려운 현지 특성을 반영, 한 달 동안 충전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됐다. "고객들의 거주 공간과 문화 코드에 따라, 요구하는 부분도 달라집니다." 마 상무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현지 분석은 인사이트 마케팅의 출발선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마 상무가 전한 LG전자의 인사이트 마케팅 기본 전략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불황이라고 해서, 고객들이 무조건 값싼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훨씬 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오히려 더 인기를 끌 수 있습니다. 이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터치폰, 메시징폰 등의 히트모델은 모두 이 같은 현지화 시스템에 의해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 마 상무는 "이젠 LG전자 내부에서도 소비자들의 숨은 욕구들을 찾아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마 상무의 머리 속에 그려 놓은 2010년 LG전자 휴대폰 마케팅 전략에서도 고객의 숨겨진 가치 찾기는 이미 중요한 자리에 놓여져 있었다. "LG 휴대폰을 사용했을 때, 전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 창출에 고객들이 새로움에 놀랍고 기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LG전자의 혁신은 계속될 것입니다."

허재경기자

■ LG전자 현지 밀착형 마케팅

글로벌 기업답게 LG전자의 지역 마케팅은 현지 밀착형으로 진행된다.

전략적인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 주민들의 여가생활에 관련된 문화적 특성을 감안한 효과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상승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LG전자는 해외 여러 지역에서 스포츠마케팅을 진행하며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폭 넓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중남미 지역에선 LG전자의 공격적 축구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LG전자는 마라도나와 바티스투타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한 아르헨티나의 보카 주니어스를 지난해 8월부터 2011년까지 후원한다. 또한 이웃 축구 강호인 브라질에서도 2006~08년까지 3년 연속 브라질리안 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최고 명문구단으로 올라선 상파울루 FC를 2001년부터 꾸준히 지원 중이다. LG전자는 경기장 안팎에서의 브랜드 마케팅과 방송중계, 홈페이지 등의 미디어 효과를 고려하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각각 연간 2,000만달러 및 5,000만달러 이상의 후원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인 북미 시장에서 LG전자의 특화 마케팅은 헐리우드 영화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올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에서부터 후속작에 이르기까지 미국 시장에 진출한 풀터치폰과 메시징폰 등 최첨단 휴대폰이 제품간접광고(PPL) 형태로 속속 등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2008년 최고의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 한 '아이언 맨'에서도 영화 속 주인공을 통해 LG 모바일TV폰을 노출시켜 주목을 끌었다.

지난달 초 태국 방콕에서 건강한 음식문화를 선도하고 친환경 LG 주방가전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개최한 '글로벌 아마츄어 요리대회'도 현지 밀착형 지역 마케팅 차원에서 열렸다. 이 대회에는 미국과 프랑스,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 13개국에서 선발된 16개 팀이 참가해 각국의 대표요리를 선보이며 열띤 경연을 펼쳤다.

이영하 LG 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 "'글로벌 아마츄어 요리대회'는 LG 프리미엄 주방 가전의 친환경 기술력을 전세계 고객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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