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산업은행은 GM의 1조원규모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앞서 산은이 GM대우 측에게 '최소 5년간 국내 생산물량 보장','개발 차의 라이선스 보장'을 요구했으나 GM이 거절한 데 대한 조치였다.
당시 산은의 요구는 GM이 지원만 받고 GM대우에서 발을 빼는 상황을 염려한 데 따른 것이었으나, GM은 산업은행의 요구를 거부하고 독자 증자 방법을 택했다.
그런데 산은이 우려했던 것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M대우의 생산물량 축소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 일부에서는 단물만 빼먹고 달아나면서 먹튀 논란이 된 상하이차와 쌍용차의 관계를 보듯이, GM도 이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최근 GM이 중국의 상하이차(SAIC)와 인도에 소형차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된다.
GM은 최근 중국 상하이GM의 지분 1%를 상하이차에게 넘기고 상하이차와 1억달러씩 투자해 인도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로써 50대 50이었던 상하이GM의 경영권은 사실상 중국(51%) 측에게 넘어갔고 상하이차는 숙원이었던 인도 경ㆍ소형차 시장 진출을 이루게 됐다.
이번 거래는 당장 자금이 부족한 GM과 경영권 확보 및 해외 진출을 노리는 상하이차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외신은 이번 거래가 GM이 지난해 외환 파생상품으로 20억달러(약2조 7,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본 GM대우를 지원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았다.
문제는 이번 거래로 GM이 당장 자금난에 숨통을 틀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GM대우의 생산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상하이차가 인도 경ㆍ소형차 시장에 진출해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를 확대할 경우, GM대우의 수출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 상하이차는 이번에 설립하는 인도 합작사를 통해 현재 연간 6만5,000대 수준인 GM의 인도 판매량을 수년내 연간 20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인도 내수 외에 수출까지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구체적인 차종까지 거론되고 있다. 양사의 합작법인이 중국의 값싼 부품을 인도로 들여와 GM대우의 젠트라와 마티즈크리에이티브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할 경우 GM대우의 생산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GM대우의 생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완성조립(CKDㆍComplete Knock Down)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GM은 비용절감을 위해 GM대우가 반완성조립 형태로 수출을 하고, 현지 GM공장에서 완성하는 수출 형태를 선호했다. 그러나 값싼 중국부품으로 인도와 같은 저임금 국가에서 본격 생산이 이뤄질 경우, 반완성조립 형태 수출보다 오히려 현지 생산 비용이 저렴해진다.
GM대우의 수출은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다. GM대우는 2003년 출범 이후 내수는 10만대 수준을 유지했으나 수출은 반완성조립 형태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11월까지 수출물량 127만9,000대 중 86만7,000대가 반완성조립 형태다.
GM대우의 생산물량 감소 요인은 또 있다. GM은 내년 4월부터 GM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를 10만대 이상 미국 오하이오주의 로즈타운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것. 2011년 이후에는 마티즈크리에이티브, 젠트라X까지 미국에서 생산한다. 이들 세 차종은 GM대우 수출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산업연구원의 이항구 팀장은 "10월 GM대우의 증자 추진시 산업은행이 GM측에게 생산량 확보를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이었다"며 "생산량이 줄면 감원 등 구조조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GM대우 관계자는 "이번 GM과 상하이차 합작법인이 경ㆍ소형차 생산을 목적으로 탄생한 것은 맞지만 차종이 GM대우의 것이 될 지 상하이차 독자 차종이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GM대우의 생산량 감소가 있을지는 차종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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