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적 대응을 강조해 온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코펜하겐회의에서 연구결과를 왜곡 인용한 연설로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5일 이 사건을 전하면서 고어가 제작한 환경 다큐멘터리 제목에 빗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고어 전 부통령은 14일 코펜하겐 회의에서 "매슬로브스키 박사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5년 내에 여름 빙하를 완전히 볼 수 없게 될 확률은 75%나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어가 인용한 미 해군대학 기후학자 비슬라프 매슬로브스키 박사가 "나는 빙하가 완전히 녹을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까지 정확하게 예측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고어 측은 75%라는 수치는 몇 년 전 고어가 매슬로브스키 박사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매슬로브스키 박사의 가장 최근 연구에 따르면 6년 내에 북극해 얼음층 80%가 녹아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타임스는 고어가 출처가 불분명한 근거까지 대며 과장된 연설을 한 것은 지지부진한 코펜하겐 회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고어가 친환경 사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로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는 최근 텔레그라프지의 보도에 이어 거짓 인용 연설 사건까지 터지면서 그의 도덕성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후변화의 지나친 위기감 조성에 대한 과학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빨라도 20~30년 후에나 북극의 여름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 국립 해양대기관리국 해양학자 짐 오버랜드는 "과장은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의 과학에 대한 비판을 부추기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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