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13일 괴한이 던진 조각상에 부상을 입은 것을 계기로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서 위험수위에 달한 '정치적 증오'에 대한 자성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베를루스코니의 스캔들 보도를 주도해온 좌파신문 라 레푸블리카가 "(총리의 피습으로) 가장 위험에 처한 것은 자유다. 친구든 적이든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무조건적인 연대를 보여야 한다"며 이런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 "피습을 계기로 베를루스코니가 의회에 압력을 넣어 대법원이 박탈한 총리의 면책특권을 되찾을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치적 증오 확산의 원인 제공자를 두고 여ㆍ야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진영은 야당이 이번 사건의 책임자라고 몰아붙였다. 베를루스코니 가족 소유 신문 일 조르날레는 "총리를 공격한 사람은 정신 이상이지만, 그를 부추긴 세력은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알고 있었다"며 야당을 공격하고 나섰다. 특히 반부패 검사로 명성을 얻은 후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한 안토니오 델 피에트로가 가장 '지독한 인물'이라는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고 있다.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총리를 공격한 마시모 타르타글리아를 찬양하는 댓글을 단 네티즌이 6만5,000명에 이른다"며 "이들 모두 범죄 교사범"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델 피에트로는 "정치적 증오 확산에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총리 자신"이라고 응수했고, 야당인 민주당 대표 로시 빈디는 "총리는 희생자처럼 연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입원중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왜 국민들이 나를 이토록 미워하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총리 주치의는 "총리가 흘린 피의 양이 500㏄에 달하는 등 부상이 심각해 25일 가량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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