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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지고지순 순정男 여심을 사로잡다

입력
2009.12.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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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문'의 국내 관객이 지난 주말 150만명을 넘었다. 개봉 2주 만이다. 전편 '트와일라잇'의 137만명을 벌써 가볍게 넘어섰다. 속편으로선 이례적이다. 매력이 철철 넘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여자 관객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바야흐로 (여자를) 지켜주지 못해 안달하는 미남, '지못미'의 세상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척하는 남자들 대신, 지고지순의 순정파 남자들이 여심을 훔치고 있다.

'뉴문'의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는 잘 생긴 뱀파이어다. 날카로운 송곳니는 없고, 피부엔 윤기가 흐른다. 음습한 고성(古城)에 머물지 않고 화사한 고급주택에 산다. 인간의 피를 탐하지 않으면서도 불사의 젊음을 유지한다. 마음만 먹으면 이 남자 덕분에 영원불멸의 삶을 누릴 수도 있다.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싶은 이 남자, 순수하기까지 하다. 오직 단 하나의 사랑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바칠 태세다.

에드워드의 연적 제이콥(테일러 로트너)도 만만치 않다. 혈기 방장한 이 늑대(마음이 늑대란 말은 아니다) 청년, 초콜릿 복근과 소시지 팔뚝으로 벨라를 감싼다. 역시나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남자에겐 죽음마저도 감미롭다.

아마 올해 남녀 관객은 두 편의 한국 영화를 통해 자신들이 각각 화성과 금성에서 왔음을 확인했을 것이다.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에 대한 평가는 남녀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명성황후를 지켜내려는 호위무사 무명('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조승우)의 순애보에 많은 남자가 실소를 보냈고, 적잖은 여자들이 눈물을 떨궜다. '백야행'의 요한(고수)이 미호(손예진)의 행복을 위해 죽음을 달게 받아들이는 결말은 남자들의 고개를 젓게 했다. 반면 여자들은 가슴이 미어졌다. 절정의 외모에 싸움까지 잘하는 두 남자가 피비린내를 덜 풍겼다면 아마 여자들의 환호성을 더 끌어냈을 것이다.

오래도록 완벽한 남자의 대명사였던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는 바람둥이였다. 근사한 외모에 적절한 유머감각, 깔끔한 매너까지 갖췄으니 여자들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남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던 본드도 최근 순정남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개봉한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본드는 첫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연인을 지켜내지 못한 그의 죄책감은 뜨거운 복수심을 부른다.

이쯤 되면 남자 관객들이 '남성관람권보장위원회' 구성을 외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들, 그동안 많이 즐기지 않았나. 영화 속 판타지 이젠 좀 여자들에게 양보할 때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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