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자생'하는 테러조직에 대한 우려가 미국을 흔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3만명 증파 계획 발표를 전후해 미국 내에서 국외 테러범이 참여하지 않은 테러 시도가 잇따라 적발됐다. 외부의 적에게 감시의 초점을 맞추던 미국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미국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 테러조직에 가담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인다.
지난달 텍사스주 포트 후드 미군기지에서 무슬림인 니달 말릭 하산 소령이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명 '자생 지하드'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범행에 앞서 이슬람 급진세력과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하산 소령의 사례에 대해 미국 주간 타임은 "한 번도 미국을 떠난 적이 없는 미국 시민권자가 중동 테러분자와 온라인 접촉만을 통해 자국인들에게 총질을 했다"며 "포트 후드 사건은 다른 테러에 비해 더욱 미리 감지하기 어려운 자생 지하드 테러의 전형으로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하산 소령 사례 외에도 최근 들어 외부세력과 연계되지 않은 자생 지하드의 테러 시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CIA 출신의 테러전문가 마크 세이지먼은 지난달 미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004년 이후 5년 동안 외국의 테러집단과 직접교류가 없었던 자생 테러집단의 테러계획은 전체의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의 테러 전문가 지나 맥닐은 최근 헤리티지재단 보고서에서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을 노린 27건의 테러가 사전에 발각됐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자생 테러와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파키스탄에서 미국인 청년 5명이 테러혐의로 체포되면서 다시 한번 자생 테러조직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국토안보부와 FBI는 자생 테러집단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굵직한 테러들이 이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자넷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이 "자생 테러집단은 우리가 반드시 맞서야 할 현안이며 현재 정부는 알 카에다와 급진세력의 영향을 받은 젊은이들을 자세히 감시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소개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생 테러집단의 준동은 주로 이슬람 이민자들이 주류사회와 융합하지 못하는 유럽국가들에서 목격됐을 뿐, 미국에선 그저 '남의 일'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이슬람 개종자 급증과 해외 지하드 조직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미국에서도 테러를 부추기는 '극단주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주 보도에서 "대 테러수사당국에는 최근 미국인 무슬림 사이에서 극단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자생 테러의 위협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최근 이슬람으로 개종하거나,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층에서 테러로 성장할 수 있는 극단주의가 많이 눈에 띈다"며 "2009년은 2001년 이후 가장 위험했던 한 해로 꼽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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