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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위안화 국제화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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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과 함께하는 경제기사 따라잡기] 위안화 국제화가 뭐죠?

입력
2009.1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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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중국의 부상(浮上)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중국의 통화인 위안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를 국제적인 통화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오늘은 위안화의 국제화 움직임과 이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A. 우리나라 돈은 '원화', 미국 돈은 '달러화', 일본 돈은 '엔화'라고 하지요. 국내에서는 중국 돈을 '위안화'라고 부릅니다만 사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국 돈의 명칭은 '런민비'입니다. 인민폐(人民幣)의 중국식 발음인데요, 영어 약자로는 RMB(renminbi의 줄임)를 쓴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은 위안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확하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중국 돈의 단위인 '위안(元)'의 발음을 그대로 따와서 사용하다 보니 중국 사람들도 모르는 이름이 생겨 난 것 같습니다.

통화가 국제화 된다는 게 무슨 뜻이죠?

한 나라의 통화가 국경을 넘어 타국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큰 마찰 없이 유통된다면 그 통화는 국제화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국제통화로는 미국 달러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이 있습니다.

국제무역과 자본거래에 있어 주요 상품과 자산가격은 국제통화로 표시되고 결제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상품을 수출하거나 수입할 때 달러화나 유로화 등 국제통화로 값을 매기고 대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말이죠.

최근 들어서는 중국 경제의 무서운 성장세가 자주 화제에 오릅니다. 구매력 기준으로 중국의 경제력(GDP)은 2008년에 일본을 넘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13억에 달하는 인구 때문에 1인당 소득은 3,000달러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6분의 1에서 7분의 1에 불과하지만 총량으로는 명실상부한 경제 대국입니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왜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나요?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은 일찍이 '식량을 지배하는 자는 한 나라를 지배하고, 석유를 지배하는 자는 한 대륙을 지배하고, 통화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지배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전세계 통화를 지배하는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뜻이겠죠.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 것입니다. 국제통화의 대표 격이 기축통화이니, 그 전 단계로 먼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셈이죠.

또 최근 들어서는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라 밖으로 끊임없이 유동성(돈)을 공급해야 하고, 한편으로는 통화의 가치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트레핀 딜레마'(풀어 읽는 키워드 참조)라고 하죠.

중국은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인해 외환보유액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손실을 입게 됩니다. 중국은 2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어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큽니다. 또 달러화 가치의 불안정으로 인해 세계 2위 무역국인 중국이 무역에서 손실을 볼 위험도 커졌습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세 지속과 불안정성 증대로 인한 손실 위험 증대는 중국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대외거래에 있어 달러화를 매개로 하는 모든 나라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움직임은 국제적으로도 반대보다는 지지 여론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위안화 국제화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위안화가 단시일 안에 안정적인 국제통화가 되고 또 현재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지위를 넘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통화의 국제화는 그 나라의 ▦경제력 ▦화폐가치 안정성 ▦자본시장 개방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경제력 측면에서 중국은 고도성장에 따른 경제규모 급성장으로 위안화 국제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안정적인 물가관리도 통화가치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미발달과 개방 억제는 위안화 국제화를 지연시키는 요인입니다. 통화의 국제화는 자본거래의 자유화가 보장될 때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통화, 즉 외환을 보유하게 되면 가치보존 차원에서 운용할 대상(자산)이 있어야 하는데 자본거래를 규제하면 물가상승에 따른 가치 하락을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발달된 자본시장이 있어 가능한 것입니다. 이밖에 안정된 정치체제, 투명한 금융시스템의 결여 등 요인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제약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70~80년대 일본 엔화의 도전입니다. 전후 일본은 제조업의 수출 경기 호조에 힘입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국내 부동산 버블 붕괴에 따른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엔화의 국제적 지위는 급격히 위축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유로화가 등장하면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또 한 번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달러화에 크게 못 미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위안화의 기축통화 지위 획득은 지금으로서는 요원한 얘기입니다. 위안화 국제화 과정은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진행형으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위안화의 국제화 진전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동시에 무역흑자의 최대 원천국입니다. 우리나라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경제 파트너라는 의미죠. 게다가 우리 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위안화 국제화가 진전되면 위안화의 가치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안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중국의 구매력이 커져 우리나라는 중국에 대한 수출 기회 확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세계 주요 시장에서 중국제품에 대한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유리한 입지에 서게 됩니다.

문제는 중국이 환율에 대해 우리나라와 달리 엄격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율은 국제간 통화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유로이 결정되어야 하지만, 중국은 자국 금융시스템의 후진성을 이유로 고정환율제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위안화 국제화의 급진전에 따른 우리나라 교역조건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장기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가치 불안정성 증대에 대한 대비책 마련 차원에서 외환보유액 구조상 위안화 비중을 늘릴 필요성은 있습니다. 물론 유로화, 엔화 등 기타 국제 통화의 비중 확대도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외환 보유 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풀어 읽는 키워드

● 트레핀 딜레마(Triffin Dlemma)란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행 국제금융시스템의 근본적 모순을 의미합니다.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외 거래에서 적자를 통해 외부 세계에 부단히 유동성을 공급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적자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유동성이 넘쳐 달러화의 가치가 위협 받게 됩니다.

반대로 미국이 대외 거래에서 장기간 흑자상태를 지속하면 달러화의 가치는 안정시킬 수 있으나, 국제무역과 자본거래를 제약할 소지가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을 '유동성과 신뢰성의 딜레마'라고도 표현합니다. 트레핀 딜레마는 현행 국제금융시스템이 영속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만용 연구위원

■ 중국의 '국제 통화' 노력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중국의 노력을 살펴볼까요.

중국은 최근 주변국과 교역할 때 위안화로 결제할 것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나라 밖에서도 위안화가 더 많이 쓰이기를 바라는 조치죠. 올해 7월부터 홍콩과 우선적으로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범위를 동남아, 러시아 등 주변 지역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 동남아, 남미 국가들과 6,500억위안(9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외환보유액 확대 효과가 있어 위기 시에 당사국의 환율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위기 시 위안화가 다른 나라 외환보유액의 한 구성요소가 된다는 것 역시 위안화 국제화에는 도움이 되겠죠.

이밖에 해외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대량 발행함으로써 역외에서의 위안화 자산 풀(pool)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이 역시 위안화 보유자를 위한 투자수단을 마련해 주는 셈으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위안화 국제화를 가로막는 꽉 막힌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위안화 가치 절상 문제인데요.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그룹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최근 들어 줄기차게 중국 당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후진타오 주석에게 위안화 절상 압력을 은근히 내비치기도 했죠.

이들은 중국이 오랜 고정환율제에서 벗어나 2005년부터 관리변동환율제(통화바스켓 제도)로 전환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위안화를 미 달러화 가치에 고정시켜 놓는 고정환율제로 운영하고 있다며 경제상황에 맞게 위안화 환율을 변동시킬 것, 즉 위안화의 절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면서도 환율이 조정되지 않아 자신들의 무역적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는 데 대한 역공인 셈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요지부동입니다.

사실 달러에 고정시켜 놓은 상태로는 제대로 된 국제통화로서의 위상을 갖기 어렵지만 당장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쯤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지만 중국이 실제 행동에 나설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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