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분위기가 괜찮다.
북한과 미국 모두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차이를 강조하기보다는 공통된 인식을 부각시키는 북한의 태도도 최근 미국을 비난하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르면 내년 1월 2차 북미 고위급 대화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11일 밝힌 평양 회담 내용은 10일 보즈워스 대표가 서울에 도착한 뒤 말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6자회담 재개 필요성,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에 공동의 인식이 이룩됐다"고 평가한 부분이나 ▦평화협정 체결 ▦관계정상화 ▦경제 및 에너지 협조 ▦한반도 비핵화 등의 회담 의제는 보즈워스 대표의 언급과 똑같다. 양측이 발표 내용까지 조율했다는 것은 회담 분위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북한이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공식 발표에서 인정한 것도 의미가 크다. 북한은 지난4월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외무성 성명)이라고 밝혔다가 10월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입을 통해 다자대화 참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엔 6자회담 재개 필요성 인식으로 수위를 더 높였다.
다만 북한은 "남은 차이점을 마저 좁히기 위해 앞으로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혀 평양 회담에서 견해 차이가 여전했음을 확인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이날 "현 시점에서 6자회담을 무작정 재개해도 평화 문제가 풀린다는 보증은 없다"며 "조선(북한)은 조미 교전관계가 평화적인 관계로 반드시 전환된다는 확신 없이 그 어떤 다자회담에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1953년 체결한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북미 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체제 보장의 믿음을 줘야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단 미국 쪽에서는 추가 협의 발언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번 방북 목적은 협상(negotiations)이 아니라 입장을 탐색하기 위한 대화(exploratory talks)였다"고 말했다.
정식 협상은 남아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보즈워스 대표의 6자회담 참가국 순방과 미국 내부 검토가 끝나면 내년 초 뉴욕이나 베이징에서 2차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내년에는 핵안보 정상회의(4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5월) 등 굵직한 핵 관련 국제 행사가 잡혀 있는데다, 중간선거(11월) 전 북핵 문제의 성과를 낼 필요가 있어 북핵 협상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9ㆍ19 공동성명 합의대로 별도의 포럼에서 남북한과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평화협정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