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조선업계는 어느 분야보다 암울한 한 해를 보냈다. 글로벌 불황 탓에, 있는 배도 팔아야 할 형편인 해운사들이 새 배를 주문할 까닭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대형 조선소의 '격'에 맞는 대형 주문을 받은 업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희망은 절망의 늪에서 싹튼다는 말처럼,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내년에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설 태세다.
이달 1일 선임된 오병욱 현대중공업 사장은 "내년에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성장동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해양플랜트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던 현대중공업은 내년에도 에너지 분야가 전망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양플랜트를 비롯해 풍력ㆍ태양광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일반 선박을 수주하지 못했던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부문 등에서는 자존심을 지켰다. 7월 따낸 500억달러 규모의 LNG-FPSO(부유식 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와 이달 수주한 11억달러 상당의 '아파트형'크루즈선 등이 그것.
내년에도 이런 틈새시장 공략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김징완 부회장은 "내년 시황도 크게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개념 선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연말부터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끊겼던 수주가 살아나고, 주인 찾기 작업도 다시 시작됐다. 남상태 사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내년이 '줄탁동기'(啐啄同機ㆍ안팎에서 같이 협력함)의 해가 돼야 한다고 했다.
회사 안에서는 원가절감을 통한 혁신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밖으로는 시황 호전과 순탄한 매각작업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올해 활약이 가장 뛰어났던 STX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한국(진해조선소)-유럽(STX유럽)-중국(다롄조선기지)을 잇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서다. 유럽에서는 군함과 크루즈선 주문이 이어졌고, 중국에서는 벌크선에 이어 해저 파이프 설치 플랜트까지 수주할 정도다.
홍경진 사장은 "내년에 자원부국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겠다"며 안정적인 수주에 바탕을 둔 공격경영을 다짐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수주 가뭄으로 어려움이 컸지만, 내년에는 위기가 기회라는 평범한 진리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필리핀 수빅조선소 완공으로 생산능력이 대폭 향상됨은 물론, 대형 해양플랜트까지 만들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됐다"며 "저비용으로 고품질 선박을 제작할 수 있게 돼 내년부터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수심이 가득했던 조선업계 CEO들이 1년 후인 2010년 12월에는 한 해를 밝은 표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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