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백두대간 민속기행' 백두대간 촌로들 육성 10년간 기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백두대간 민속기행' 백두대간 촌로들 육성 10년간 기록

입력
2009.12.14 00:37
0 0

/최상일 지음/MBC프로덕션 발행ㆍ전2권ㆍ각 권 1만8,000원

이 책은 다큐멘터리다. 돌올한 가치를 찾자면, 그것은 다큐멘터리로 쓰여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기행을 기록한 글에 으레 담기는 느꺼운 감상이 이 책엔 자제돼 있다. 해서 담박한 민속지가 됐다. 잊혀져 가는 오지에 대한 책은 많았지만, 대개 낭창낭창 늘어지는 사설(私說)이 넘쳐 기록으로서의 값어치는 적었다. 망각 너머로 사라져가는 삶의 목소리를 더하거나 덜어냄 없이 채록한 이 책이 무척이나 반가운 이유다.

MBC의 라디오 PD인 저자의 공력은 토속 민요를 CD 130장 분량으로 집대성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시리즈를 통해 유명하다. 그는 잊혀져 가는 산골의 삶을 20분짜리 방송 시리즈에 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백두대간 자락을 훑었다. 이 책은 그 기록을 글로 푼 것이다. "백두대간에 있는 산골마을은 다 들어가보고자 했지만, 산줄기가 너무 약해 산촌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구간은 생략하기도 했다"고 밝혔는데, 그렇게 추려 방문한 마을 수가 300개가 넘는다.

이 책에 실린 마을은 모두 113개다. 저자는 마을을 찾을 때마다 먼저 가장 나이 많은 토박이 남자 어르신을 찾고, 안 계실 때는 연장자인 할머니를 인터뷰했다. 그마저 안 계시면 타향 출신 어르신들을 만나 그들의 고향과 해당 마을의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옛 생업의 흔적을 핍진하게 기록하기 위해서는 그게 순서였기 때문. 저자에게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은 신앙, 전설, 전승문화 같은 민속이 아니라 산기슭에 버섯처럼 돋은 일상의 모습이었다.

"도신이라고 있었어. 가실(가을)에 추수해서 술 하고 떡 해서 갈라묵고… 떡은 시루떡. 솥에 쪄 갖고 웃목에 손 비비고, 여기 저기 손 비비고, 조상한테 절하는 것이지. 정제는 조왕님이라 하고. 도신도 하는 집이나 하지. 노인 잘 되고 아이들 잘 되고 재수대통하라고 그러지 뭐."(지리산 마천골ㆍ52쪽)

저자가 산골의 노인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던진 질문은 '무엇을 어떻게 해서 먹고 살았는가'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가' 그리고 '외부 세계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살았는가'로 집약된다. 그는 먹고 사는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가 무형 문화자료로 분류되는 것들보다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이며, 기록의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록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책에 실린 몇몇 마을은 통째로 없어져 버렸다. 훗날 산골에서의 우리네 삶을 더듬게 될 때, 이 책의 가치는 더 또렷해질 것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