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늘 현재의 겉모습과 내면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을 꿈꾼다. 굳이'페이스오프'나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변신에 대한 욕망은 다양한 예술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주최로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트랜스포메이션 인 아트 : 변신'전은 변신이라는 인간의 공통된 욕구를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19명의 작가들이 변신이라는 주제 아래 회화, 조각, 미디어, 설치 작품 58점을 출품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성형 열풍, 학문간의 융합, 다문화 가족의 출현 등 수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 마련한 전시"라며 "예술가들이 변신의 욕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결합시킨 작품들이 눈에 띈다. 지하공간에는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늑대 얼굴의 인간 패널이 가득하다.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는 늑대인간들은 전시장 벽을 타고 계단을 올라 3층의 창문까지 이어진다. 이인청씨가 '달려! 달려! 달려!'라는 제목을 붙인 이 늑대인간들은 획일화한 모습으로 먹이를 향해 질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신치현씨가 아크릴로 만든 코끼리와 타조 조각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신체 부분을 재조립한 것이다. 여성의 가슴이 코끼리의 눈이 되고, 발이 타조의 머리가 되는 식의 구성 방식으로 인간 시각의 한계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김현수씨는 신화 속 반인반수(半人半獸) 형태를 빌려 동물과 인간을 결합했고 이일호씨는 여인의 인체를 꽃이 피어나는 장미로 표현했다.
한승구씨는 자신의 내면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에게 가면을 씌우는 인간의 위장술을 소재로 삼았다. 지하 한쪽 구석에 섬뜩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실물 크기의 사람 조각은 앞에 설치된 영상에 따라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얼굴로 바뀐다. '거울 마스크'라는 이름의 조각은 관객이 다가가면 얼굴 부분이 거울로 바뀌면서 자신의 얼굴 대신 관객들의 모습을 비춘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도 작가들의 시각과 해석이 더해지면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언뜻 보면 그저 두 개의 검은 기둥이 돌아가는 게 전부처럼 보이는 김기훈씨의 철 조각은 사실 검은 기둥 사이 빈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밀로의 비너스 형상을 위한 것이다. 차상엽씨는 테이블 위에 유리잔과 CD, 촛대 등을 올린 뒤 조명을 비췄다. 그 뒤 벽면에는 마치 로봇처럼 보이는 형상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테이블 위 물건과 그림자 중 어느 것이 진정한 실체인지를 묻는 작업이다.
미술관 곳곳의 공간들도 전시에 활용됐다. 방극헌씨는 엘리베이터에 3D를 투사해 평범한 엘리베이터를 타임머신처럼 느끼도록 했고, 안광준씨는 화장실 변기를 영상 작업의 일부로 활용해 관람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별도로 마련했다. 내년 1월 30일까지, 관람료 2,000원. (02)736-4371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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