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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재계팀장의 글로벌 라운지] 퀄컴의 어윈 마크 제이콥스 前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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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근 재계팀장의 글로벌 라운지] 퀄컴의 어윈 마크 제이콥스 前 회장

입력
2009.1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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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는 바보가 돼야 한다."

최근 방한한 윌리엄 바넷 미 스탠포드대 교수가 한 조찬 모임에서 한국 CEO들에게 한 말이다. 기업 경쟁력 분야의 대가인 그가 이날 모임에서 예로 든 인물은 퀄컴의 어윈 마크 제이콥스 전 회장.

1956년 코넬대를 졸업한 제이콥스 전 회장은 MIT 조교수를 거쳐 캘리포니아대(UCSD)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지내던 68년 통신기술 컨설팅 기업인 '링카비트'를 세운다.

그러나 80년 다른 회사와 합병한 뒤 자신의 연구를 계속할 수 없게 되자, 85년 동료 6명과 함께 사표를 쓴 뒤 새 회사를 차린다. 이 회사가 바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만든 퀄컴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미국 통신산업협회(TIA)가 시분할다중접속(TDMA) 방식을 기술 표준으로 결정하고, 유럽도 TDMA를 기반으로 한 GSM을 채택했다.

제이콥스 전 회장은 그러나 CDMA의 기술적 우위와 가능성을 믿고 연구개발에만 매진했다. 학계에서는 그를 '바보'라고 비웃었다. 특히 CDMA는 물리학의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이론이라는 게 학계 평가였다. 그러나 제이콥스 전 회장은 10년 넘게 '바보'란 소리를 꿋꿋하게 감내했다.

퀄컴은 현재 전세계로부터 막대한 특허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미국에선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10년 연속 선정될 정도다. 벤처기업이나 다름없던 이 회사가 이제는 연간 100억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내고 영업이익률은 30%를 넘나든다. 정규직 엔지니어 평균 연봉은 10만달러, CEO의 지난해 연봉은 1,540만달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퀄컴의 이런 신화는 한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제이콥스 전 회장이 CDMA 기술의 도면을 들고 전세계 통신 사업자를 만났지만, 모두 난색을 표할 때 92년 우리 체신부는 CDMA를 제2이동통신 표준화 기술로 선정했다. 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라는 쾌거를 이뤄낸 곳도 한국이다.

만약 제이콥스라는 '바보'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우린 원천기술부터 제품, 서비스까지 전 세계 이동통신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바넷 교수가 '한국 CEO가 영웅보단 바보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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