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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착한 대화' 입시지옥·학교폭력…범생이와 량생이들의 '불온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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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착한 대화' 입시지옥·학교폭력…범생이와 량생이들의 '불온한 대화'

입력
2009.12.1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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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ㆍ202쪽ㆍ8,000원

대화는 소크라스테스와 플라톤 이래 진리를 깨닫도록 하는 중요한 기술이었다. 이미 <야살쟁이록> (2004), <처음 연애> (2008) 등 두 편의 청소년소설을 낸 소설가 김종광(38)씨는 새 청소년소설 <착한 대화> 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실상을 드러내고 그들을 규율하는 기성세대의 허위를 폭로하기 위해 대화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14편의 단편을 묶었는데 모두 지문 한 마디 없는 대화로만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량생이'(불량학생)와 '범생이'(모범생)들이 토론대회를 치르듯 대화를 나누는데, 청소년들의 주된 관심인 교육과 이성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ㆍ문화ㆍ사회 전 영역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제목은 '착한 대화'이지만 소재의 자유로움과 표현의 거침없음은, 어른들이 보기에는 영락없이 불온한 대화다. 학내 민주주의란 가능한가, 도시와 농촌의 교육 여건의 차이는 어떤가, 학교제도가 내면화시키고 있는 애국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가, 청소년은 왜 자살하는가, 미디어가 전하는 진실은 어디까지 믿을 만한 것인가, 청소년의 성생활은 어디까지 규율받아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대화에는 어떤 금기도 없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받아들일 것을 강요받고 공부로봇처럼 키워지는 청소년들의 억압된 현실에 대해 "우리가 지금 사람이냐? 우리가 삼겹살이나 꼬리곰탕 될 날만 바라보며 사는 돼지 소하고 다른 게 뭐지?"라고 묻는 김씨의 태도는 사뭇 공세적이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기성세대, 권력에 대한 풍자로 이어지는데 작가 특유의 신랄한 글쓰기는 볼 만하다. 가령 유명무실화한 본고사 금지정책을 거론하며 "본고사 금지는 한우로 둔갑한 미국산 36개월 쇠고기"라고 비꼬거나, 잔혹한 학교폭력의 폐해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잔인해보았자, 용역깡패를 보내고 경찰을 종처럼 부리는 삽자루 어른들만큼 잔인하겠어?"라고 냉소를 퍼붓는 식이다.

김씨는 이 작품이 첨부된 '청소년소설의 창작방법론 연구'란 논문으로 지난 가을 중앙대 문창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신의 작품을 토대로 청소년소설의 새로운 형식을 탐색한 셈이다. 김씨는 "이런 이야기는 어른들이 잘 하지 않으려 한다"며 "우리 어른의, 기성세대의 위선에 대해 썼다. 기성세대는 두려워해야 마땅하다. 스스로 사고하면서 세상을 알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이 소설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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