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교통사고에 이어 잇단 문란한 사생활까지. 생애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골프 황제'가 결국 필드를 잠시 떠나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어 세계 골프계가 떠들썩하다. 타이거 우즈(34ㆍ미국)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골프를 무기한 쉬겠다"고 밝혔다.
▲골프황제, 왜 이런 선택까지
우즈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자아를 깊이 성찰한 끝에 프로골프 생활에서 물러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쉬기로(indefinite break) 결심했다.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을 정하지 않고 쉬기로 했다'(indefinite break)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볼 때 완전한 은퇴보다는 잠시 공백을 두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우즈가 활동 중단을 선언한 12일, 미국 뉴욕데일리뉴스는 인터넷판에 "우즈가 아내 엘린과 함께 (엘린의 고향인) 스웨덴으로 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날 스웨덴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우즈의 부인 엘린 노르데그렌이 배로만 접근할 수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 파글라로 섬에 있는 방 6개짜리 주택을 구입했다"고 보도해 이 같은 소문은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결국 우즈와 엘린이 이혼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는 시점에서 우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활동 중단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나의 잘못된 행동이 많은 사람, 특히 내 아내와 아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밝힌다"라고 자신의 불륜을 처음으로 직접 시인했다.
▲골프황제의 복귀는 언제
지난 96년 화려하게 프로 전향을 선언한 우즈가 지금까지 필드에 서지 못한 사례는 총 네 번이다. 2002년말과 지난해 4월 각각 무릎 수술 후 7주와 10주를 쉬었고, 2006년에는 아버지 얼 우즈의 사망으로 6주 동안 휴식을 취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또 다시 무릎 수술을 받고 가장 긴 기간인 8개월 동안 재활의 기간을 가졌다.
그러나 이번 활동 중단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복귀시점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다만 우즈가 세계골프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이대로 은퇴의 길을 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우즈의 복귀 시점은 그를 지켜보는 주위의 시선과 여론의 동향이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아내 엘린과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을 지도 복귀 시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즈와 절친한 사이인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는 12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즈가 가족을 우선하고 일을 쉬기로 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골프는 언제나 우즈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다. 다시 투어에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골프황제의 빈자리는
우즈가 잇단 문란한 사생활 문제로 인해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은 반면, 세계랭킹 2위 필 미켈슨(39ㆍ미국)은 가정적인 면모를 뽐내며 새로운 간판스타 자리를 예약하고 있다. 올시즌 우즈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던 세르히오 가르시아(29ㆍ스페인)와 차세대 스타 로리 매킬로이(20ㆍ북아일랜드), 이시카와 료(18ㆍ일본) 역시 우즈의 빈자리를 메울 후보들이다.
그러나 PGA 메이저대회 14승, 통산 71승을 올린 우즈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선수는 그 누구도 없다.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는 "우리는 우즈와 그의 가족에 대한 사생활을 존중한다. 그가 복귀를 결정한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우즈의 복귀를 바라고 나섰다. 우즈의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는 "우즈는 휴식이 필요하다. 복귀 문제로 그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동철 기자
■ PGA "흥행은 어쩌나" 당혹… 광고주들 "광고 중단" 냉랭
96년 8월. '골프천재' 타이거 우즈가 "헬로 월드!"를 외치며 프로 전향을 선언했을 때부터 미국프로골프(PGA)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앞다퉈 대회를 신설했고, 엄청난 액수의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즈의 샷을 보기 위해 시청률은 급등했고, 중계권료 수익은 늘어만 갔다.
그러나 우즈의 사생활에 따른 충격적인 활동 중단 선언으로 인해 PGA측은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PGA 투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우즈 가족의 사생활이 존중돼야 하는 만큼 우즈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즈가 적당한 때에 PGA 투어에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우즈의 활동 중단이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우즈가 무릎 부상으로 8개월간 공백을 가졌을 당시 미국 내 TV 시청률은 50%나 곤두박질 쳤다. 스포츠 비즈니스 해설가 릭 호로우는 당시 시청률 급감을 예로 들며 "우즈의 결장으로 10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 선수들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다. '우즈가 활동을 중단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승 기회가 늘어나지 않나'라는 기대는 언감생심이다. 우즈가 빠지면 기업들의 골프대회 후원이 대폭 축소돼 전체적인 판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레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13일(한국시간) 미국의 골프채널에 출연해 "우즈는 골프의 흥행을 이끄는 추진력이었다. 그가 없는 골프대회는 흥행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반면 우즈의 이미지를 통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던 광고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미국의 컨설팅 전문업체 액센츄어가 최근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우즈의 모습을 삭제했다. 또 게토레이와 질레트 역시 우즈를 모델로 한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헤럴드는 "태그호이어(시계업체)가 호주 내 상점들에 우즈가 등장한 광고물을 치울 것을 지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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